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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공급난에도 견조한 세계경제…“슬로플레이션에 가깝다”

등록 2021-10-25 04:59수정 2021-10-25 09:31

50년전 스태그플레이션과 비교
공급망 차질·높은 물가 비슷하나
마이너스 성장 조짐 없어 차이점
충격 약한 슬로플레이션 평가

내년 물가 안정 여부가 관건
2~5%대 높은 수준 유지시
빠른 '돈줄 조이기' 충격 가능성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전 세계에 1970∼19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재현 공포가 짙다. 50년 전 위기가 다시 언급되는 것은 당시 발생한 세계적인 공급 차질, 물가 급등세 등의 현상이 지금과 비슷해서다. 그러나 성장 측면에서 아직 견조한 세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분명히 다른 점도 존재한다. 이에 현재로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급등) 보다 충격이 약한 슬로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이 더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내년까지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워낙 큰 탓에 예측이 빗나갈 위험은 계속 주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어땠나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198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경제 위기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였다. 베트남 전쟁 수습 등을 위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 재정 지출과 낮은 금리로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다. 이것이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사이 공급 측면에선 1∼2차 석유파동이 터졌다. 각종 생필품 가격은 급등했다. 노조의 힘이 강해지면서 임금도 크게 올랐다. 또한 미국은 1971년 달러와 금의 교환(금태환) 정지를 선언했는데, 이로 인한 달러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이라는 부담도 불러왔다. 높은 물가는 비용 증가에 따른 생산성 하락, 실업률 증가, 경기 침체 등으로 이어졌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석유파동 시기에 따라 1차(1973년 11월~1975년 3월)와 2차(1980년 1월~1980년 7월)로 나눌 수 있다. 당시 경제 상황을 수치로 살펴보면,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는 1차 때 배럴당 3.02달러에서 11.65달러로 무려 285% 뛰었다. 2차 때는 배럴당 30~40달러로 1년 전보다 74% 급등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은 1972년 3% 안팎에서 1974년 12월 12.3%까지 치솟았다. 2차 때는 1978년 5~6%대였던 물가가 1980년 3월 14.8%까지 상승했다. 실업률도 1차(4.5%→9.0%), 2차(5%→7.8%) 등으로 고공행진 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차 위기 때 평균 -1.5%를 기록했으며, 2차 때는 평균 -3.3%을 나타냈다. 경제 위기는 미국 뿐만 아니라 대부분 국가로 퍼져나갔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당시와 같은 점과 다른 점은

현재와 50년 전 위기가 비슷한 점은 공급망 차질, 높은 물가, 시중 유동성 등이다. 과거처럼 전 세계 정부의 적자 지출 확대와 저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다. 이런 가운데 원자재, 원유 등 공급 불안으로 물가 상승세가 커지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구인난으로 임금 인상 압력도 높아지는 중이다. 수치를 비교해 보면, 2020년 9월~2021년 9월 국제유가는 배럴당 40.30달러에서 77.81달러로 93% 훌쩍 뛰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미국이 1.4%에서 5.4%, 한국은 1.0%에서 2.5%로 급등한 상태다.

그러나 다른 점도 존재한다. 가장 큰 차이는 경기 상황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 속 물가 급등이다. 그런데 현재 전 세계 경제는 아직 양호한 모습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미국은 5.9%, 한국은 4.0% 등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달 발표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은 5.9%다. 경기 개선세가 다소 둔화하고 있지만, 50년 전과 같은 마이너스(-) 성장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정도를 측정하는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의 합) 또한 50년 전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지수는 과거 20%까지 올라갔다. 미국과 한국의 실업률은 지난달 각각 4.8%, 2.7%로 코로나19 초기보다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경제 구조와 통화정책 상황도 다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5일 “인플레이션이 상승했지만 성장률도 상승했고, 노동 조직이 약해져 1970년대처럼 임금과 물가 인상의 소용돌이가 반복될 가능성도 작다”고 과거와 차이점을 언급했다. 또한 각국 중앙은행은 과거 물가를 잡기 위한 빠른 긴축 행보가 경제를 불황으로 이끈 경험을 기억하면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슬로플레이션이라면 위험 요소는

따라서 현재로서는 경기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보다 슬로플레이션에 더 가까워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국제금융시장 동향’에서 “주요 투자은행들은 양호한 경제 성장률 등을 볼 때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으며, 2000년대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나타났던 슬로플레이션이 재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앞으로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은 경제 성장 둔화가 ‘경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다. 많은 전문가는 내년쯤 공급 차질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예상보다 공급난이 길어지면 경기 둔화 폭이 커지고 물가 상승세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설사 공급난이 해소되어도 경제 재개로 인한 수요 측면의 상승 압력이 강해져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렇게 되면 중앙은행들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계획보다 빠른 ‘돈줄 조이기’에 나서면서 경기를 더욱 끌어내릴 수 있다.

중요한 건 내년 물가 수준이다. 올해와 같은 2~5%대 정도의 상승률이라면 주로 각국 통화정책 전환 속도에 영향을 주는 정도이겠지만, 50년 전과 같은 5~10%대라면 세계 경제에 구조적 충격까지 가져올 수 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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