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 열린 제11회 서울국제경쟁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공정위 제공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맞춤형 광고를 둘러싼 데이터 독과점 문제의 심각성을 재차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제11회 서울국제경쟁포럼을 열었다. 각국 경쟁당국 고위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주로 온라인 플랫폼과 관련된 경쟁법 집행 문제를 논의했다. OECD의 프레데릭 제니 경쟁위원회 의장과 유럽연합(EU)의 올리비에 게르상 경쟁총국장 등이 참석했다.
조성욱 위원장은 인사말씀에서 “거대 플랫폼들은 심판과 선수 역할을 겸하는 이중적 지위를 악용해 노출순서 조작 등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경쟁을 왜곡하기도 한다”며 “(이는 오징어 게임의) 1번 참가자와 같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주최 쪽 배후로 드러났던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에 빗댄 것이다. 조 위원장은 “게임의 주최자와 선수를 겸하는 1번 참가자는 줄다리기 게임의 승리 노하우를 자신의 팀에게만 알려준다”며 “정당한 경쟁이 아닌 자신의 정한 기준에 따라 게임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했다”고 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의 데이터 독과점 문제도 언급했다. 이날 포럼의 세번째 세션은 ‘데이터 집중과 관련한 디지털 광고시장에서의 경쟁·소비자 이슈’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 “거대 플랫폼들은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소비자들의 관심사, 개인정보 등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한다”며 “플랫폼들은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에게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는 맞춤형 광고를 제공함으로써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는 소비자 데이터를 둘러싼 독과점 문제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공정위도 이런 문제를 집중 조사하기 위해 지난 6월 4명 규모의 디지털 광고 전담 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 조 위원장은 “플랫폼 기업들이 데이터 우위를 토대로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저지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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