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당초 가계부채 및 자산시장 과열을 잡기 위해 시작됐던 금리 인상은 높은 물가와 주요국 긴축 전환 등이 겹치면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시장은 한은이 일단 내년 1분기에 한 차례 금리를 더 올려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복귀를 시킨 후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00%로 올린 배경에는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한은은 이날 함께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유지했다. 연간 4.0% 성장은 2010년(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3.0%를 고수했다.
이에 한은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이례적으로 낮췄던 금리를 정상화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8월부터 금리를 두 차례 인상했고, 앞으로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0.50%까지 낮췄던 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위기 대응 조처를 경제 상황에 맞춰 정상화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인해 발생한 가계부채 및 자산시장 과열 수습도 시급한 상황이다. 한은은 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가 경제 주체들의 위험한 수익 추구 행위에 조금씩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본다. 이 총재는 “금융당국의 일관성 있는 거시건전성 정책(전체 경제의 금융 위험 관리)과 통화정책 정상화가 이뤄지면 금융불균형 완화 효과가 더 뚜렷해질 것이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예상보다 물가에 대한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한은의 지난 8월 첫 금리 인상 때는 최우선 과제가 물가보다 가계부채 및 자산시장 과열 해소였다. 그러나 예상보다 물가 오름세가 길어지면서 ‘소비자물가 안정’도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앙은행의 기본적인 책무인 ‘인플레이션 대응’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한은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존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각각 2.1%, 1.5%였다. 하지만 이날 한은은 전망치를 올해 2.3%, 내년 2.0%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2.3%, 하반기 1.8%로 예상했다. 한은은 또 물가 급등세 지속 기간에 대한 표현도 ‘당분간’에서 ‘상당 기간’으로 수위를 높였다. 물가 상승세가 내년 하반기가 되어야 1%대로 안정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 등 주요국보다 물가 상승률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물가 상승에 탄력이 생기는 위험을 금리 인상으로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하면서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것도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시장의 관심은 추가 금리 인상 시기로 옮겨가고 있다. 이 총재가 “내년 1분기 금리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내년 1분기 한은 금통위는 1월과 2월에 열린다. 대통령 선거가 3월에 있는 까닭에 1월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많지만, 2월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내년 초 금리가 한 번 더 올라가면 1.25%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 한은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목표로 내걸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일단 1.25%까지는 올린 뒤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김지나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우선 내년 1분기 금리를 인상해 코로나19 이전까지 기준금리를 복귀시킨 후 추가 인상까지는 시차를 좀 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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