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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유통대기업, 갑질로 수백억 챙겨도…80%가 과징금 ‘5억 한도’

등록 2021-12-14 04:59수정 2021-12-14 12:52

한겨레, 3년치 공정위 의결서 분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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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은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 160억원을 부과받았다. 위법한 종업원 파견으로 납품업체에 인건비 49억원을 부담시킨 혐의다. 1년 후 롯데쇼핑은 비슷한 혐의로 다시 공정위 심판정에 섰으나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번에는 슈퍼 부문에서 납품업체에 인건비 121억원을 부담시킨 것으로 조사됐는데, 과징금은 5억원에 그쳤다. 차이를 가져온 원인 중 하나는 ‘반정률 과징금’의 함정이었다.

유통업계 ‘갑질’ 중 대부분이 ‘솜방망이’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3년간 처리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 10건 중 8건이 정액·반정률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였다. 위법 행위의 규모에 비례하는 정률 과징금과 달리, 정액·반정률 과징금은 이런 규모를 산정하지 못했을 때 부과하는 것으로 모두 상한이 5억원이다. 공정위는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개선안을 마련 중이나 1년 넘게 진전은 없다.

■ 정률과징금이 원칙인데…10건 중 2건 불과

12일 <한겨레>가 공정위 누리집에 올라와 있는 최근 3년치 의결서를 분석한 결과,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 60건 중 정률 과징금은 12건(20%)에 그쳤다. 나머지 80%는 정액·반정률 과징금이었다. 정액 과징금이 26건, 반정률 과징금이 22건이다. 이는 2019년 이후 심의가 종결된 의결서 19개를 살펴본 것으로, 위반 행위 여러 건을 함께 심의한 경우에는 행위별로 나눠 집계했다.

대규모유통업법상 정률 과징금은 ‘관련 납품대금’과 ‘위반금액’을 기초로 일정 비율을 곱해 산정된다. 관련 납품대금은 법 위반 행위와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상품의 매입액을, 위반금액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로부터 위법하게 수취한 금액 등을 일컫는다. 이렇게 산정한 정률 과징금은 기업 규모에 어느 정도 비례하는 실효성 있는 제재로,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효과를 낸다.

반면 납품대금과 위반금액의 산정이 어려울 때는 5억원 한도의 정액 과징금을 부과한다. 둘 중 위반금액만 산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위반금액에 비례하는 반정률 과징금을 부과한다. 다만 이때도 5억원 한도가 있어 피해 규모가 큰 사건의 경우 정액 과징금과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반정률 과징금 22건 중 16건(73%)은 부과액이 정확히 5억원이었다. 모두 한도에 걸려 하향 조정된 경우다. 정률 과징금의 평균 부과액은 41억1608만원인 반면 반정률 과징금은 4억236만원, 정액 과징금은 1억5146만원에 그쳤다.

■ 법원 퇴짜도 빈번…‘5억 과징금’의 전말

5억원짜리 과징금이 자주 등장하는 배경에는 제도적 난점이 있다. 정률 과징금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법 위반 행위와 관련 있는 남품대금만 따로 떼어 내야 하는데 이 작업이 만만찮은 것이다. 납품 기간이 분명치 않거나 정산이 포괄적으로 이뤄지는 등 위반금액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정률 과징금을 부과했다가 법원에서 ‘퇴짜’를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공정위는 6년 전 홈플러스에 부과했던 정률 과징금을 정액 과징금으로 재산정했다. 당시 홈플러스는 1년간 서면 약정 없이 납품업체 종업원을 파견받아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이 기간 해당 납품업체에서 납품받은 상품 판매금액을 관련 납품대금으로 산정했으나 법원은 달리 봤다. 법 위반 행위와 해당 상품 간의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이런 탓에 대표적인 유형의 위반 행위도 정률 과징금 비중이 낮았다. 납품업체의 종업원을 위법하게 사용한 10건 중 정률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부당한 반품은 총 8건이었는데, 모두 반정률 과징금이었다. 판매장려금과 관련된 9건 중에서도 정률 과징금은 2건에 그쳤다. 계약서면 교부 의무 위반처럼 행위 특성상 정액 과징금이 불가피한 사건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정률 과징금을 부과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경우도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이 누린 이득과 과징금 액수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4월 제재를 받은 지에스(GS)리테일은 2년여간 납품업체들로부터 사전에 약정하지 않은 판매장려금 약 354억원을 걷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다수의 납품업체들에 피해를 끼친 만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반정률 과징금 상한에 걸린 탓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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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 “대안 찾기 어려워”

공정거래위원회 내부에서도 문제의식이 팽배하다. 공정위가 소관하는 다른 법에 견줘 봐도 정률 과징금 비중이 현저히 낮은 탓이다. 제재와 부당이득 환수라는 과징금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도 내부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제도 개선 작업은 1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관련 연구용역의 최종 보고서를 제출받았으나, 지금까지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납품대금이나 위반금액을 대체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실무에 적용하기엔 적합하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대규모유통업법이 시행된 지 이미 10년이 지난 만큼 발빠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2012년 1월 시행됐으며, 이후 공정위는 약 80건의 관련 사건을 처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은 판례 등이 일관되게 쌓이지 않아 제도 개선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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