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전례 없는 고용 위기를 겪었던 지난해 소득분배 상황을 보여주는 세 가지 지표(지니계수·소득 5분위 배율·상대적 빈곤율)가 모두 개선됐다. 문재인 정부가 시작된 2017년부터 4년 연속 소득 격차가 줄었다. 다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 증가율이 전체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지난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31로 전년(0.339)보다 0.008 감소했다. 지니계수는 소득 불평등 정도를 0과 1 사이에서 나타내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다는 의미다. 소득 상위 20%(5분위) 소득이 하위 20%(1분위)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도 지난해 5.85배로 1년 전(6.25배)보다 0.4배포인트 줄었다. 우리 국민을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서는 사람 소득(중위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의 비중을 뜻하는 ‘상대적 빈곤율’도 지난해 15.3%로 1년 전(16.3%)보다 1%포인트 줄었다. 이 통계 조사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주요 소득분배 지표 세 가지가 모두 2017년부터 4년 연속 개선세를 나타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극심했던 지난해에 특히 개선폭이 컸다. 기초연금 확대, 기초생활보장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에 더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재난지원금·소상공인 지원금 등 코로나19 지원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위 20%의 지난해 소득은 공적이전소득(정부 지원으로 얻은 소득)이 610만원으로 1년 전보다 116만원 늘어나며 전체 증가를 견인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간 꾸준히 강화해온 포용성 강화정책의 탄탄한 토대 위에 ‘경제위기=양극화 심화’라는 과거 공식을 깨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더해진 결과”라며 “올해도 가계동향조사 추이를 볼 때 2017년 이후 지속되던 가계 소득분배 개선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분배 정책을 통해 개입하기 전의 ‘시장소득’ 기준으로 봐도 격차는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405로 1년 전(0.404)과 차이가 크지 않았고,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11.37배로 1년 전(11.56배)보다 개선되기도 했다. 시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21.3%로 전년(20.8%)보다 악화했지만, 전반적인 소득 증가로 중위소득과 빈곤선 자체가 높아진 영향이라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적이전소득으로 인한 분배 개선 이전에 고용유지지원금·저소득층 중심의 일자리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왔기 때문에 코로나19 위기 와중에도 시장소득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소득분배 개선에는 역설적이지만 ‘자영업자의 위기’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저소득층의 공적이전소득이 늘어나는 동시에 중·고소득층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감소해 소득 격차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소득이 6125만원으로 전년대비 3.4% 증가했는데 평균 사업소득(1135만원)은 1.4% 줄었다. 자영업자가 주로 속한 3∼5분위(상위 60%)가 특히 타격을 입었다. 1∼2분위(하위 40%)는 1년 전과 견주어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모두 증가했는데, 3분위는 사업소득이 32만원, 4분위는 45만원, 5분위는 26만원 각각 감소했다. 가구주의 종사상 지위가 ‘무직 등 기타’인 가구의 평균소득이 5.8% 늘어나는 동안 가구주가 자영업자인 가구는 1.1% 늘어나는데 그치기도 했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에서 나온 일회성 재정정책의 결과로 소득분배가 크게 개선됐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재정 정상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소득 불평등 해소에 재정이 상시적 역할을 하려면 중장기적인 재정 전략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이번 소득분배 개선은 강력하고 예외적인 재정투입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결과다. 재정의 역할과 효과를 전향적으로 확인한 사례”라며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상시적이고 제도적으로 우리 재정의 역할을 어떻게 정립해갈지가 향후 논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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