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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계약 거부 당할라’…임대료 감액 청구 못 하는 소상공인들

등록 2021-12-26 17:12수정 2021-12-27 09:18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해 차임감액청구권 조건에 감염병 포함
부동산원 등에 임대차분쟁조정위 등 신설…실제 신청은 1년간 7건
홍보 부족·까다로운 절차로 실제 이용 거의 없어…‘가이드라인’ 필요
26일 서울 시내의 한 호프집 입구에 붙은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 시내의 한 호프집 입구에 붙은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 복합 상영관을 운영하는 씨제이 씨지브이(CJ CGV)는 지난해 극장이 입점한 건물주를 상대로 급감한 매출 피해를 덜고자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다. 이에 응하지 않은 상당수 건물주를 상대로 ‘차임감액청구권’을 행사해 법원에 조정을 요청했다. 그 결과 씨제이 씨지브이는 올해 일부 지방 중소도시에 있는 상영관의 경우 임대료를 25∼30%를 낮췄다. 서울에서는 50%까지 깎은 것으로 알려졌다.

# 2. 서울 장안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아무개(50)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든 경우에도 임대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설사 알았다고 해도, 계속 장사해야 하는데 1년에 1백∼2백만원 깎자고 조정 신청을 하기에는 (향후 재계약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건물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9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소상공인이 임대료를 깎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차임감액청구권’ 조건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를 이용한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씨제이 씨지브이 같은 대기업은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건물주로부터 임대료를 감면받고 있다. 차임감액청구권은 임차인이 경제적 사정의 변동 등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경우 임대인에게 보증금 및 임대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민법(제628조)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제11조)에 보장돼 있다.

26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차임감액청구 신청은 지난해 11월부터 1년 동안 7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9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맞춰 지난해 11월 부동산원과 토지주택공사에 조정위를 설치했는데, 이를 통해 차임감액청구를 한 소상공인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홍보를 하기는 했지만 이를 알고 있는 소상공인이 많지 않아 신청이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법률구조공단 산하 조정위도 사정이 비슷하다. 증액 청구를 포함한 조정 신청은 2019년 55건, 2020년 99건, 2021년 74건(11월 기준) 등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차임감액청구권 행사 조건에 포함됐음에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홍보 부족 이외에도 몇 가지가 더 거론된다. 우선 임대인에 대해 ‘을’의 입장인 임차인이 향후 재계약 거부 가능성 등을 우려해 청구권 사용을 꺼릴 수 있다는 점이다. 양창영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은 “임차인이 임대 계약을 계속 유지하길 원하면 임대인과의 관계 악화 우려 등으로 조정 신청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청구권 행사 과정에서 피해 규모 입증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임차인이 매출 감소 규모는 물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증명해야 하는데, 이런 부담 탓에 조정 신청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임대인과 대등하거나 더 우월한 관계인 씨제이 씨지브이는 대형 로펌과 함께 조정 신청을 통해 상대적으로 손쉽게 임대료를 깎아 대조를 보였다.

이 때문에 관련 부처나 공공기관에서 소상공인이 보다 손쉽게 차임감액청구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창영 실행위원은 “국토부나 조정위 등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줄어들 경우 어느 정도의 임대료 감면이 가능하다’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공표할 필요가 있다”며 “법적 구속력이 없더라도 소상공인들이 이를 근거로 임대료 인하를 요청하거나 조정 신청 여부를 보다 손쉽게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도 “차임감액청구권이 코로나19 시기에 아직 유용한 제도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법 개정 취지에 맞게 가이드라인 마련, 홍보 강화 등 제도 보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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