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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공정위, 독점 견제장치 못 찾았다

등록 2021-12-29 17:03수정 2021-12-30 02:34

공정위, 1년여만에 심사보고서 확정
주요 노선 운수권·슬롯 매각 제시
넘겨받을 항공사 있을까 실효성 의문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공정거래위원회가 결국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대한 ‘묘수’를 찾지 못했다. 독과점 우려가 높은 일부 노선의 운수권과 공항 슬롯을 반납시키기로 했지만, 이행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결국 두 업체가 취항해온 주요 국제노선이 독점 시장으로 재편될 전망이어서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슬롯·운수권 일부 매각 추진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국장)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일부 발표했다. 전원회의 심의가 이뤄지기 전에 심사관이 직접 설명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공정위 사무처는 이날 심사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심사보고서에 담긴 시정조치는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첫 전원회의는 내년 1월 말쯤 열릴 전망이다.

공정위 사무처는 국제 여객 노선에 초점을 뒀다. 제주 노선을 제외한 국내 여객 노선은 한국고속철도(KTX) 등 대체 가능한 교통수단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항공화물의 경우에는 두 항공사의 시장점유율 자체는 높으나, 소수 노선을 제외하고는 경쟁사의 신규 진입이나 증편이 쉬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시정조치는 구조적 조치와 행태적 조치를 병행한다. 구조적 조치는 노선 운수권과 공항 슬롯을 재배정하는 방식이다. 먼저 운항 횟수가 제한된 ‘항공 비자유화 노선’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통합 항공사의 운수권을 반납받아 국내 다른 항공사에 배정하게 된다. 또 인천공항처럼 혼잡한 공항은 항공사별로 이·착륙 시간을 할당하는데, 이 할당량을 일컫는 ‘슬롯’도 일부 반납시킬 수 있다. 노선 특성에 따라 이 중 한 가지 방식의 시정조치만 부과될 수도 있다.

이런 구조적 조치가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된 노선에는 행태적 조치만 부과한다. 행태적 조치란 가격 인상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등 영업 방식이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을 가리킨다.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공정위를 포함한 전세계 주요 경쟁당국은 구조적 조치를 원칙으로 삼는다.

■ 시정조치 실효성 ‘물음표’…독점시장 형성될 듯

문제는 구조적 조치의 이행 가능성이나 실효성도 미지수라는 점이다. 운수권이나 슬롯을 넘겨받을 항공사를 찾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공정위 사무처는 일단 외국 항공사에서 관심을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외국인의 국내 여행보다 내국인의 외국 여행 수요가 훨씬 많아 외국 국적기가 불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 항공사는 한국 노선 운수권을 갖고 있어도 운항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거는 기대도 크지 않다. 이들 항공사는 아직은 대부분 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비행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구조적 조치가 실제로 이행되지 않고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고병희 국장은 “(구조적 조치의 이행 기한을) 아주 상당히 오랜 기간으로 제시했다”고 했다. 구체적인 기한은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구조적 조치를 이행하기 전까지는 행태적 조치를 부과한다. 기한 내에 구조적 조치를 이행하지 못하면 행태적 조치만 부과된 채로 끝나게 된다.

결국 주요 노선들은 통합 항공사의 완전한 독점 시장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인천~뉴욕과 인천~로스앤젤레스(LA) 등 10개 노선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산 점유율이 100%였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살펴본 것이다. 두 항공사의 인수합병 후에는 완전한 독점 시장이 되는 셈이다.

이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통합 항공사는 행태적 조치의 기한이 끝난 뒤에는 가격을 올려 독점이윤을 누릴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2의 ‘에스케이텔레콤(SKT)-신세기통신’이나 ‘현대차-기아차’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기업결합은 소비자 후생이 크게 저해됐다는 비판을 받았던 사례다.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미국 등 4개국에서는 심사가 진행 중이며, 유럽연합(EU)·영국·일본에서는 아직 정식 심사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고병희 국장은 “미국 등 경쟁당국에서 우리보다 더 강도 높은 제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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