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쿠팡에서 방향제를 샀더니 그 다음부터 들어가는 사이트마다 방향제 광고가 뜨는 거예요. 별거 아니더라도 제 사생활을 누가 들여다 본 느낌이라 불쾌했죠.”(직장인 이아무개씨)
인터넷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서 이용자의 허락 없이 검색 기록 등을 수집해 맞춤형 광고를 하는 영업 행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칼을 대기로 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의 사각지대에서 소비자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보고 규율에 나선 것이다. 소비자의 개인정보로 기업들이 돈을 버는 시대가 된 만큼, 소비자에게 유의미한 결정권과 합리적인 대가가 주어지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내포돼 있다.
11일 공정위 설명을 들어보면, 공정위는 ‘행태정보’ 수집·활용에 대한 이용자 동의 절차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온라인쇼핑몰과 게임 사업자의 표준약관을 개정하기로 했다. 행태정보란 검색 기록이나 사이트 방문 이력처럼 이용자의 관심과 취향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다. 온라인 사업자들은 이런 행태정보를 활용해 개별 이용자의 관심사를 겨냥한 ‘맞춤형 광고’ 사업을 한다. 이용자가 운동화를 검색한 뒤 해당 사이트로 이동하면 바로 운동화 광고를 띄우는 식이다.
현재는 이용자의 사전 동의 없이도 기업이 이런 행태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 위주로 규율하는데, 비식별 처리된 행태정보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방송통신위원회가 펴낸 ‘
온라인 맞춤형 광고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보면, 맞춤형 광고 사업을 하는 사업자는 행태정보 수집 항목과 목적 등에 대해 안내할 의무만 있다. 추후에 광고를 띄울 때 소비자가 맞춤형 광고 수신을 차단할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해야 하지만, 수신 차단 페이지로 이동하기 위한 클릭 버튼 크기가 작고 소비자 인식도 떨어져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정위가 소비자 권리가 침해되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한 이유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유통 시장이 급성장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다만 표준약관 개정의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고심하고 있다.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하기 전까지는 행태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옵트-인’(opt-in) 방식과, 반대로 거부하기 전까지는 수집을 허용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 중 어느 쪽을 택할지도 미지수다.
온라인 사업자들이 대부분 맞춤형 광고로 내는 수익에 의존하는 만큼 업계 반발도 예상된다. 기업 입장에서 개정되는 표준약관 채택 여부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과제다. 공정위 관계자는 “먼저 현재 업계에서 (행태정보 수집을)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 심도 있게 조사해본 다음 표준약관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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