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한겨레 자료 사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18일 정례 회의와 준법경영 주제 토론회 개최를 끝으로 2년 임기의 1기 위원회 활동을 마무리지었다. 김지형 위원장 후임으로 선정된 이찬희 전 대한변협 회장 중심의 2기 위원회는 다음 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삼성 준감위 활동 뒤 삼성그룹 내 뚜렷한 변화로는 위원회 권고에 따라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발표 형식으로 4세 승계 포기를 선언하고, 삼성에서 묵시적 전통으로 완강하게 지켜온 무노조 경영 방침을 폐기하겠다고 밝힌 것을 들 수 있다. 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한 지 석 달만인 2020년 5월의 일이었다. 삼성 준감위는 이 부회장이 얽힌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설치돼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7개 계열사 준법 감시·통제 역할을 맡아온 외부 기구다.
이런 성과에도 삼성 준감위는 출범 때부터 자주 논란에 휩싸였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한쪽에선 “법적 근거 없는 임의기구로 명백한 한계를 띤 조직”으로 깎아내리고, 재계를 중심으로 한 다른 쪽에선 “일종의 총독부, 삼성을 잡아먹는 호랑이”라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온 터다.
김지형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 인삿말에서 “애초 위원회의 목표는 성공이나 완벽한 성과가 아니었다”며 “새 경험을 쌓는다는 목표는 일단 이뤘고, 이제 남은 것은 그 경험을 토대로 먼 길을 함께 걸어나가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컴플라이언스(준법)는 단순한 면피용이 아니며 기업의 철학과 가치로 추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며, 개별 회사든 그룹이든 최고경영자(CEO)의 확고한 의지가 견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된 이찬희 전 대한변협 회장. 삼성 제공
이날 토론회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열사 간 협약에는 위원회의 존속 기간에 관한 규정이 없고, 계열사들의 합의로 언제든지 해체 또는 축소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향후 적절한 출구 방안(way out)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협약에 위원회의 존속 기간을 명시하거나, 적절한 시기에 위원회의 위치를 (특정 계열사 내부로) 재조정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이 교수는 “준감위는 계열사 단위의 불법 행위가 아니라 당시 쟁점이 됐던 정경유착에 그룹 계열사들이 동원되고, 그 결과 총수가 형사벌의 리스크를 부담하게 되는 근본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출범”한 점을 짚으면서 “무엇보다 위원회 고유의 역할이 기업집단(그룹) 차원의 준법감시라는 인식이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에 남은 준법 이슈로는 과도한 경제력 집중, 소유-지배의 괴리, 편법승계 우려, 총수 권한과 책임의 부조화를 꼽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앞서 지난 11일 삼성전자 등 삼성 7개 계열에 보낸 정관변경 요청서에서 “(삼성 준감위는) 삼성 핵심계열사의 민감한 경영 사안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에도 법적 실체가 모호한 외부 조직이기 때문에 권고에 따른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으로 결정하고 집행해야 할 사항을 외부 기구에 맡긴 것은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이를 들어 “정관변경을 통해 준감위의 준법감시 기능을 이사회 권한으로 정할 것”을 제안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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