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8일 대전·당진 고속도로 구간을 운행하던 수소 운송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수소생산업체 ㈜에스피지(SPG)수소 소속 차량이 에스피지 대산 공장에서 대전 자운대 수소충전소로 수소를 공급하기 위해 이동 중 벌어진 사고였다. 이 화재로 차량에 실린 수소 용기에서 수소 불기둥이 치솟았지만, 소방 당국의 조처로 인명피해 없이 약 30분 만에 진압됐다. 자칫 대형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험한 순간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는 21일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 ㈜엔케이에테르에서 수소운송업계와 간담회를 열어 수소운반차 화재사고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안전장치 성능 점검, 차량과 용기 검사, 운전자 안전 교육 준수에서 나아가 수소운송차량 안전기준을 개정해 건의된 개선 과제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건의된 과제는 수소방출구 방향 개선, 수소 용기 열 차단 강화 등이다.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및 관련 안전기준에 따라 수소운송 차량에는 3중 안전장치를 설치하게 돼 있다. 수소 용기 앞뒤에는 ‘파열판’을, 용기 사이 연결배관에 ‘안전밸브’를 달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수소운송차량과 수소 용기는 각각 2년, 5년마다 검사를 받고, 운전자는 3년마다 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에스피지 수소 운반차에서 발생한 화재가 더 큰 사고로 확대되지 않았던 건 바로 파열판 덕이었다고 한다. 가스안전공사 조사 결과, 용기 안전장치인 파열판의 작동으로 수소를 강제 방출해 용기의 연쇄폭발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파열판은 용기 내부의 압력이 정상압력보다 높아지는 경우 수소를 강제로 내보내 압력을 낮추는 기능을 한다. 당시 차량 화재로 수소 용기 10개 중 2개의 내부 압력이 급격히 상승했던 터였다.
산업부에 따르면 문제의 화재사고가 수소로 인한 것은 아니었고, 차량 제동장치 이상으로 타이어에서 불이 난 사고였다.
양병내 산업부 수소경제정책관은 “현재 수소 유통의 핵심인 수소운송차는 차량 및 사람이 밀집한 고속도로나 도심에서 운행하는 일이 불가피해 안전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소운송 업계가 경각심을 갖고 안전관리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전국에서 운행 중인 수소운송 차량은 672대에 이른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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