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대면 물결이 바꾼 일자리 지형
IT·과학기술·운수창고업 ‘날개’
새 시장에 기회와 일자리 쏠려
전통적 일자리는 줄거나 고전
취업자수 7년만에 최고 찍어도
업종별 격차 극심, 체감 어려워
IT·과학기술·운수창고업 ‘날개’
새 시장에 기회와 일자리 쏠려
전통적 일자리는 줄거나 고전
취업자수 7년만에 최고 찍어도
업종별 격차 극심, 체감 어려워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기회 얻은 산업들
생산이 늘어도 따라 늘지 않는 고용
“인쇄공들 택배로 가…책을 못 찍어요”
늘어난 일자리, 상당수가 특고·임시직 “코로나 때 인쇄시장 숙련공 30% 정도는 빠져나갔어요. 특히 젊은 사람들이 택배로 많이 옮겼죠. 주문이 들어와도 사람이 없어서 책을 못 찍어요.” 한 인쇄업 관계자의 토로다. 만성적인 저임금 구조에서 초과노동수당으로 버티던 숙련공들이 주 52시간제와 코로나19가 시작된 뒤론 업계를 쉬이 떠난다고 한다. 불안정하지만 진입 장벽 낮고 수입도 나쁘지 않은 택배 배달이 더 낫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도 택배는 가장 만만한 선택지다. 취업자 수로만 보면 운수창고업은 지난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10만3천명 늘어난 일자리 효자 산업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지난해 늘어난 운수창고업 취업자 중 2만4천명은 임시·일용직, 4만명은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다. 운수창고업의 취업자 수가 전 산업 가운데 두번째로 많이 늘어난 가운데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되레 줄었다. 늘어난 일자리의 상당수가 불안한 일자리란 뜻이다. 물류기업 ‘한진’의 지난해 고용형태 공시를 보자. 2020년 대비 직접 고용된 노동자는 6명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파견·용역·도급 등 ‘소속 외 노동자’는 9873명에서 1만1270명으로 14.2% 늘었다. 다른 곳은 어떨까. 전자상거래 업계의 혜성 같은 존재인 쿠팡의 물류대행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지난해 전체 노동자 수가 2만7882명으로 1년 전보다 2.2배 폭증했다. 늘어난 1만5천명 중 1만1446명은 기간제 노동자, 1100여명은 단시간 노동자로 나타났다. 또 다른 고용 창출 기여도가 높은 업종인 정보통신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의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1년 사이 임금노동자가 8만8천명 늘었는데 이 중 70.1%는 비정규직이었다. 2020년에는 정보통신업의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15.7%가 비정규직이었으나 1년 만에 21.3%로 5.6%포인트나 급격히 뛰어오른 것이다. 이는 ‘평생직장’ 문화가 취약해 이직이 잦은 아이티(IT) 업계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하청과 외주가 일반화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굳어지는 것이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실제 네이버와 카카오의 정기공시를 보면 이런 의심은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주식회사’는 1년 사이 소속 노동자가 600여명 늘었는데 이 중 95.6%는 정규직 노동자였다. ‘주식회사카카오’도 1년간 늘어난 소속 노동자 530여명 중 83.2%가 정규직이었다. 대형 아이티 기업들에만 소수의 정규직 일자리가 몰리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하청업체와 외주업체에서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거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서 활동하는 노동단체 ‘노동자의 미래’의 박준도 정책기획팀장은 “코로나19로 아이티 분야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대개 외주 형태다. 외주업체는 일감의 변동폭이 커서 주로 임시직을 쓴다”며 “지금은 단기 임시직 중심으로 채용이 늘고 있지만, 어느 순간 고용 안정을 위한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늘어난 일자리, 상당수가 특고·임시직 “코로나 때 인쇄시장 숙련공 30% 정도는 빠져나갔어요. 특히 젊은 사람들이 택배로 많이 옮겼죠. 주문이 들어와도 사람이 없어서 책을 못 찍어요.” 한 인쇄업 관계자의 토로다. 만성적인 저임금 구조에서 초과노동수당으로 버티던 숙련공들이 주 52시간제와 코로나19가 시작된 뒤론 업계를 쉬이 떠난다고 한다. 불안정하지만 진입 장벽 낮고 수입도 나쁘지 않은 택배 배달이 더 낫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도 택배는 가장 만만한 선택지다. 취업자 수로만 보면 운수창고업은 지난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10만3천명 늘어난 일자리 효자 산업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지난해 늘어난 운수창고업 취업자 중 2만4천명은 임시·일용직, 4만명은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다. 운수창고업의 취업자 수가 전 산업 가운데 두번째로 많이 늘어난 가운데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되레 줄었다. 늘어난 일자리의 상당수가 불안한 일자리란 뜻이다. 물류기업 ‘한진’의 지난해 고용형태 공시를 보자. 2020년 대비 직접 고용된 노동자는 6명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파견·용역·도급 등 ‘소속 외 노동자’는 9873명에서 1만1270명으로 14.2% 늘었다. 다른 곳은 어떨까. 전자상거래 업계의 혜성 같은 존재인 쿠팡의 물류대행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지난해 전체 노동자 수가 2만7882명으로 1년 전보다 2.2배 폭증했다. 늘어난 1만5천명 중 1만1446명은 기간제 노동자, 1100여명은 단시간 노동자로 나타났다. 또 다른 고용 창출 기여도가 높은 업종인 정보통신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의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1년 사이 임금노동자가 8만8천명 늘었는데 이 중 70.1%는 비정규직이었다. 2020년에는 정보통신업의 전체 임금노동자 가운데 15.7%가 비정규직이었으나 1년 만에 21.3%로 5.6%포인트나 급격히 뛰어오른 것이다. 이는 ‘평생직장’ 문화가 취약해 이직이 잦은 아이티(IT) 업계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하청과 외주가 일반화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굳어지는 것이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실제 네이버와 카카오의 정기공시를 보면 이런 의심은 진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주식회사’는 1년 사이 소속 노동자가 600여명 늘었는데 이 중 95.6%는 정규직 노동자였다. ‘주식회사카카오’도 1년간 늘어난 소속 노동자 530여명 중 83.2%가 정규직이었다. 대형 아이티 기업들에만 소수의 정규직 일자리가 몰리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하청업체와 외주업체에서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거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서 활동하는 노동단체 ‘노동자의 미래’의 박준도 정책기획팀장은 “코로나19로 아이티 분야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대개 외주 형태다. 외주업체는 일감의 변동폭이 커서 주로 임시직을 쓴다”며 “지금은 단기 임시직 중심으로 채용이 늘고 있지만, 어느 순간 고용 안정을 위한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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