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인구구조 변화와 교육재정의 개혁’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가해 개회사를 읽고 있다. KDI 제공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학령인구 감소 추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편을 촉구했다. 오는 4월 정부 부처 간 교육교부금 개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케이디아이가 기획재정부와 입장을 나란히 한 셈이다. 교육부는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런 정부 내 움직임에 맞대응을 준비 중인 터라 교육교부금을 둘러싼 정부 내 갈등이 확산할 전망이다.
김학수 케이디아이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선임연구위원)은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인구구조 변화와 교육재정의 개혁 토론회'에서 “현행대로 하면 2060년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은 2020년 대비 3.8배 증가하지만 학생 1인당 교부금은 5.5배 는다”며 “교육재정 칸막이를 제거해 효율적 재원 배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이어 “코로나19 대응과 인구 고령화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재정 여력은 악화했지만 교육지자체의 재정 여력은 개선되고 있다”며 “현행 교부금이 계속될 경우 중앙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정률(20.79%)로 대부분 조성되는 터라, 학생 수와 무관하게 내국세가 늘면 많아지는 구조다.
개편 반대는 물론 외려 교부금을 더 늘려야 한다는
교육부 등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김 부장은 내놨다. 김 부장은 “학생 수 감소로 2030년 이후엔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초등은 10명, 중등은 9명, 고등은 7명 수준으로 주요 20개국(G20) 상위 국가 수준을 달성한다”며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교부금 확대가 필요하다는 교육계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학생 1인당 평균 교부금이 2012년 540만원에서 2020년 1천만원으로 늘었는데도 사교육비 증가율이 물가상승률보다 높다”며 교육재정 확대 성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김 부장은 내국세의 정률로 사실상 정해지는 교육교부금 결정 구조를 소득과 물가, 학령인구 변화 등을 반영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방식으로 개편할 경우 현 제도에 견줘 향후 40년간 약 1천조원의 재정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김 부장의 분석이다. 홍장표 케이디아이 원장도 개회사에서 “인구 팽창기에 도입된 정책과 제도들을 검토하고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보다 바람직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가도록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케이디아이의 이런 주장은 오는 4월 정부 부처 간 교육교부금 개편 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2022년도 예산안을 심의한 뒤 부대의견으로 ‘정부는 교육교부금의 산정방식 및 활용방안 등에 대한 합리적 개편방안을 조속히 마련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따른 후속 조처를 준비하면서 기재부는 케이디아이와 함께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교육부는 이에 맞서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정종철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선 추진단’을 구성하고 토론회를 여는 등 교부금 개편 주장에 대응하고 있다.
기재부는 올해 안으로 교육교부금 일부를 대학교육이나 평생 교육 등에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교육교부금 감축 방안과 함께 용처에 대해서도 손질을 준비 중이란 얘기다. 반면 교육부는 학생 수는 줄었지만 학교와 교원은 늘고, 다양한 선택과목을 통한 미래 교육에 대비하는 등 교육교부금 축소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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