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최근 주택시장에 대해 “가격 상승폭이 크게 축소되면서 안정되는 모습”이지만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준전세·준월세 가격이 오르는 등 ‘불확실성’이 크다는 진단을 내놨다. 연구원이 진행한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올해 집값은 안정세를 찾을 전망이지만 전세시장은 정책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7일 발표한 ‘부동산시장 동향’(2021년 4분기)에서 이같은 진단과 전망을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부동산시장 동향에 대한 분석을 발표한 건 지난 2016년 1분기 이후로 약 5년 8개월 만이다.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1년 전보다 9.9% 상승하면서 2006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막판에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승폭이 둔화했다. 지난해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1분기 2.4%→2분기 2.6%→3분기 2.8%로 점차 확대되다가 지난해 4분기엔 1.8%로 한풀 꺾였다.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폭이 줄었지만, 대구와 세종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가격이 올랐다. 주택유형별로 보더라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2.3% 상승하며 전분기(3.8%)보다 상승폭이 줄었지만, 연립·다세대주택(1.3%)과 오피스텔(1.0%)은 상승세가 지속됐다. “부동산시장 가격이 하향 안정세”라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진단과는 약간의 온도차가 나타난 셈이다.
연구원은 ‘전세의 월세 전환’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분기 월세 상승률은 0.6%로 전분기 대비 0.1%포인트 낮아졌는데, 상대적으로 보증금 비중이 높은 ‘준월세’와 ‘준전세’는 상승폭이 커졌다. 보증금이 월세의 12∼240배인 ‘준월세’는 0.8% 올라 전분기 대비 0.1%포인트 상승폭이 확대됐고,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를 초과하는 ‘준전세’ 가격 상승률은 1.2%로 전분기 대비 0.2%포인트 커졌다. 연구원은 “준월세와 준전세의 상승폭 확대는 연중 급등한 전셋값 부담,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전세 수요의 월세로의 이동이 일부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지역 간 주택가격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자산 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연구원은 “지역 간 아파트 중위매매가격 차이로 살펴본 주택가격의 격차 확대는 2016년 이후 지역 간 자산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었음을 시사한다”며 “서울과 경기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 간 차이는 2016년 2억4천만원에서 2021년 4억2천만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고, 서울과 5대 광역시 간 차이도 2016년 3억1천만원에서 2021년 6억6천만원으로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연구원이 부동산시장 전문가 8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올해는 주택 가격이 안정적 흐름을 보일 거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응답자의 88.3%는 “최근 매매가격의 상승세가 매우 높거나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고 2022년 매매가격에 대해서는 과반(51.3%)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소폭 하락’(-5∼0%)을 가장 높게 전망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시장안정 효과가 매우 낮거나 낮다”는 의견이 매매시장(58.6%)과 전세시장(68.2%) 모두에서 높게 나타났다. 매매시장 안정을 위해서 “금융규제 및 세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를 차지했다. 다만 분양가 규제와 거래규제(분양가 규제 등)는 ‘현행유지’, 투기 억제책(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 등)은 ‘강화’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원은 “특히 전세시장은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안정을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세시장을 대상으로 한 추가적 정책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올해 7월에 계약갱신 청구권이 적용된 전·월세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이를 기점으로 임대시장의 변동성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응책을 사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