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무개(31)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한 인플루언서의 화장품 사용 후기를 보다가 혼란에 빠졌다. “보습감이 좋다” “다음날 피부가 진정되고 화장도 잘 먹는다”는 말에 혹해 똑같은 제품을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뒤늦게 짤막한 해시태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게시물 앞부분에 있던 ‘#ad’라는 문구였다.
진씨는 “처음에는 내가 모르는 무언가의 약자인 줄 알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광고라는 뜻일 수도 있겠더라”며 “진짜 광고라면 좀 더 명확하게 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뒷광고’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지난해 2∼4분기 뒷광고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이 기간 공정위의 요청 등으로 시정된 뒷광고는 모두 3만1829건이다. 뒷광고는 대가성이 없는 단순한 사용 후기처럼 보이는 광고를 일컫는 용어로, 공정위는 2020년 관련 지침을 개정하고 집중 단속을 해왔다. 광고 게시물을 올릴 때는 소비자도 광고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게 하라는 취지다.
적발된 뒷광고 중에서는 인스타그램의 비중이 가장 컸다. 공정위는 네이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3가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조회수나 구독자 수가 많은 게시물 위주로 점검했는데, 그 결과 인스타그램에서 시정된 뒷광고가 1만6493건에 이르렀다. 네이버 블로그는 1만5269건, 유튜브는 67건이었다. 이는 공정위가 적발해 시정을 요청한 게시물뿐 아니라, 광고주나 인플루언서가 적발된 것과 비슷한 유형의 게시물을 추가로 시정한 사례까지 모두 포함한 숫자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소비자가 보기 어려운 위치에 광고 표시를 한 경우가 많았다. 공정위가 시정을 요청한 9538건 중 7869건(65.1%)이 여기에 해당됐다. ‘광고’라는 문구가 ‘더보기’를 눌러야 보이거나 여러 해시태그 사이에 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 식이었다. 광고주와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아예 표시하지 않은 사례도 2420건(20.0%)에 이르렀다.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한 경우는 638건(5.3%)이었다. 광고라는 사실을 ‘#ad’나 ‘#sponsored’처럼 영어로만 표시한 게시물이 많았다. 공정위 지침은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광고하면서 외국어로만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문종숙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이런 경우 위법성이 약하긴 하나 기본적으로 위법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광고라는 사실을 아예 표시하지 않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7383건 중 4893건으로 57.1%에 이르렀다. 표현 방식이 부적절한 경우도 3058건으로 35.7%를 차지했다. 본문 끝에서 스크롤을 더 내려야 보이는 위치에 배경과 비슷한 색깔의 글씨로 광고 사실을 알리는 식이다.
공정위는 올해에도 뒷광고 모니터링을 상시적으로 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소비자원은 민간에서 자율적인 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소비자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업자에게 소비자가 문제 있는 광고를 손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하고, 이런 신고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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