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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출 줄고 예적금 증가, ‘빚투’ 터널 끝이 보인다

등록 2022-02-03 19:50수정 2022-02-04 02:32

자산시장 떠받친 저금리 정책 사라지면서
적극적 투자 열풍→보수적으로 점차 돌아서
대출·투자 대신 예·적금 점진적 이동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살얼음판이죠. 눈치 보기가 한창입니다.”

정성진 국민은행 스타자문단 강남스타PB 팀장은 3일 <한겨레>에 최근 현장의 투자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그는 “기존 투자가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에 추가 자산 매입은 매우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단기 예·적금에 자금을 대기해놓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년 가까이 우리 사회를 들끓게 한 ‘자산투자 열풍’이 막을 내리는 걸까. 빚을 내서라도 투자를 해야 한다던 적극적인 투자 열풍에 변화가 뚜렷하다.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 투자 자산의 가격을 떠받친 초저금리 흐름이 사라지자 추가 대출과 투자를 자제하고, 최대한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려는 ‘관망세’가 완연하다. 돈의 물꼬가 바뀌자 투자자들의 행태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놓고 일부에선 시중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것을 뜻하는 ‘리버스(역) 머니무브’ 현상이라고 짚어내기도 한다. 뒤늦게 투자 열풍에 올라탔다 손실을 입어 옴짝달싹 못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얼어붙는 투자심리
지난해 하반기부터 슬금슬금 하향 곡선을 그리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한 달 동안 11% 폭락했다. 장중 한 때 2600선이 붕괴되는 현상도 빚어졌다. 대세 상승을 노래하던 부동산 시장도 올해 들어 싹 바뀌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상승폭을 줄여가다 지난달 24일 기준 주간 평균 가격이 전주 대비 0.01% 떨어졌다. 2020년 5월25일 이후 1년 8개월만에 나타난 ‘평균 가격 하락’이다. 이같은 자산시장의 분위기 반전은 예상보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와 자산 가격 거품 논란에 대응해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 고삐를 다잡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자산 시장이 흔들리자 투자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큰 손 자산가와 자주 접하며 투자 현장 분위기에 밝은 주요 금융회사 프라이빗뱅킹 직원들은 “자산 매입에 적극적이던 투자자들이 한껏 몸을 웅크리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으려는 문의가 크게 준 반면 확정 수익을 주는 예·적금 상품 투자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문은진 하나은행 한남클럽원 PB부장은 “지금은 선뜻 투자에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라며 “위험한 투자보다는 현금을 확보해 놓자는 보수적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국민은행의 정 팀장도 “좀더 (자산시장) 추이를 지켜보자는 취지에서 (언제든 유동화가 가능한) 단기 예·적금 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 자산 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하며 장기 채권 등 안전 자산 매입에 적극 나서는 등 포트폴리오 변경이 활발한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발만 동동거리는 투자자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자산 가격 상승기에 뒤늦게 올라탄 42살 직장인 한아무개씨도 그들 중 한 명이다. 한 씨는 지난해 초 모아 놓은 돈과 대출로 주식에 5천만원을 묻었고 6억원짜리 소형 아파트도 한 채 구입한 터였다. 한 씨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주식과 집값이 오르면서 ‘빚투’(빚내서 투자)가 성공했다고 믿었는데 연말부터 손실이 나고 있다. 대출 금리마저 가파르게 올라 생활비까지 빠듯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당이 안되면 주식과 집을 팔아야 하는데 이미 손실이 커 이러지도 저러지고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 통계에도 드러나는 변화
달라진 분위기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썰물 빠지듯 줄고 있다. 지난해 9월9일 26조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추세적으로 줄더니 올해 1월27일 현재 22조원까지 줄었다. 4개월만에 15.4%나 감소한 것이다. 반면 비교적 안정적 금융상품으로 분류되는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지난 한 달 새 약 18조원(14%) 늘었다. 투자자들이 빚투는 줄이는 대신 대기성 상품으로 자금을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자금이 은행 예·적금으로 몰리는 현상도 뚜렷하다. 이날 공개된 케이비(KB)·우리·신한·하나·농협 등 5대은행의 1월 수신 실적 자료를 보면, 예·적금 등 저축성예금은 지난해 말 690조366억원에서 지난달 말 701조3261억원으로 비교적 큰 폭인 11조2895억원(1.6%) 증가했다. 시중 금리 상승을 반영해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고 판매 마케팅을 강화한 한 데다 성과급 등 목돈이 흘러간 영향이 작용한 것이지만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점진적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한은의 가장 최근 집계인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에만 요구불예금 등에 견줘 상대적으로 유동화가 어려운 만기 2년 미만 예·적금은 한 달만에 14조원이 불었다. 시중 자금 흐름을 모니터링하는 한은 담당자는 “시중 유동성이 대출과 투자에서 정기 예·적금 등으로 그 중심이 바뀌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당분간 더 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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