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도 소비자물가가 3.6% 오르며 넉 달째 3%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늘어난 석유 등 에너지 비용 부담을 사업자들이 소매 제품에 본격 반영하면서 근원물가도 3%대에 올라섰다. 개인서비스 물가도 상승폭을 키워 가는 중이다. 높은 물가의 장기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이하 전년동월비)다. 지난해 10월(3.2%) 이후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상승폭은 지난해 11월(3.8%) 이후 매월 0.1%포인트씩 낮아지고 있다.
보다 눈길 끄는 건 상승폭을 크게 키운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기준)다. 지난달 3.0% 상승하며 한달 전보다 상승폭이 0.3%포인트나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상승률이 같은 기간 2.2%에서 2.6%로 0.4%포인트 뛰었다. 두달전만해도 상승률은 2%가 채 되지 않았다.
근원 물가는 석유나 농산물처럼 일시적 요인으로 가격이 급변하는 품목은 빼고 산출한 물가다. 근원 물가 상승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건 최근 두어달 빠르게 상승한 에너지 가격 탓에 사업자들이 비용 압박을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제품값에 본격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달들어 석유값이 더 뛴 점을 미뤄보면 이런 제품가 전가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있다.
물가의 수요 압력을 보여주는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11월 상승폭이 한 달 전보다 0.3%포인트나 뛴 이래 매달 상승폭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달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3.9%에 이른다. 에너지값 상승 등 공급 요인외에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수요 압력도 상당하다는 얘기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외식을 중심으로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됐다”며 “물가 상승 폭이 높은 데는 수요자 쪽 상승 요인도 있지만,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나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대외 공급 측면 상승 요인도 컸다”고 말했다.
공급과 수요 양쪽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한 터라 물가가 단기에 안정세에 접어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도 애초 전망에서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 올 들어 제품 가격 상승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라며 “물가 상승 압력이 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올해 물가 상승률이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되면서 연간 기준 2.2%에 머물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이미 한국은행은 지난 1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2% 중반대로 끌어올렸다.
정부는 기존에 해오던 농축수산물과 공공요금 등에 대한 가격 안정 노력을 공산품까지 확대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격 인상이 한꺼번에 이뤄지지 않도록 관련 업계에 가격 인상 시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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