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밖에 진출한 한국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두드러지게 저조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맞물려 국내 복귀(유턴·리쇼어링) 필요성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해외진출 국내 제조업체 1개사당 평균 매출은 1132억8천만원, 영업이익은 21억6천만원으로 집계됐다. 비교 가능한 가장 먼 시점인 2018년에 견줘 매출은 8.9%, 영업이익은 48.7%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 순이익은 21억원에서 8억3천만원으로 60.5% 줄었다.
이번 분석 대상은 지난해 12월 발간된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직접투자 경영분석’ 보고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전경련은 “해외진출 제조기업의 수가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비교를 위해 1개 기업당 평균 실적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2018년 외국환거래 규정 개정으로 2018년 회계연도부터 해외직접투자 경영분석 대상은 투자잔액 1백만달러 초과에서 2백만달러 초과 기업으로 바뀌었다.
전경련은 “해외진출 국내 제조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인건비 상승 등 해외 현지법인의 비용 부담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중국 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비’사영기업(국영, 외자 기업 등) 임금은 2019년 9.8%, 2020년 7.6% 올랐다.
해외 현지법인의 비용 증가에 코로나 사태, 미·중 갈등,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까지 겹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할 때 국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늘릴 기회로 여겨진다. 전경련은 해외진출 국내 제조기업의 매출액 중 ‘4.6%’가 국내에서 발생할 경우 국내 생산액은 36조2천억원, 부가가치 11조4천억원, 직간접 일자리 창출은 강원도 속초시 인구(지난해말 8만2791명)보다 많은 8만6천개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여기서 4.6%는 2020 회계연도 해외직접투자 경영분석 대상 제조기업 중 ‘향후 투자 철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 비율이다.
해외진출 제조기업의 전체 매출 385조원(2020년 기준) 중 4.6%는 17조7천억원 수준이다. 전경련은 국내 제조기업의 업종별 매출액을 기초 자료로 활용해 한국은행 산업연관분석표를 통해 생산유발액·부가가치 유발액·취업유발인원을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 부가가치 증가액은 전기전자 2조4천억원, 자동차 1조9천억원, 도소매 7천억원, 전기장비 7천억원, 1차 금속 5천억원으로 추정됐다. 일자리 창출 추정 규모는 자동차 1만2천개, 도소매 1만2천개, 육상운송 4971개, 전기전자 4730개, 제조임가공 4527개 순이었다.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사례는 지난 한해 26개사로 전년보다 2개 늘었으며, 관련 통계를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단일 연도 기준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누적으로는 108개사에 이른다. 국내 복귀 기업은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상 요건을 충족해 정부로부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곳을 말한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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