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부터 음료 46종에 대한 가격 인상 방침을 밝힌 스타벅스. 서울 중구 스타벅스 프레스센터점에서 직원이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스타벅스의 음료 가격 인상은 2014년 7월 이후 약 7년 6개월 만이다. 연합뉴스
스타벅스 커피, 맥도널드 햄버거부터 르노삼성차의 자동차까지…
품목을 가리지 않고 가격 인상 행렬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비싸진 재료비를 견뎌온 생산자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제품 가격에 부담을 전가하기 시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물가를 자극할 또다른 변수인 임금 상승은 뚜렷히 관찰되지는 않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며 고물가를 경계해온 한국은행은 이달 말 올해 물가 전망치를 대폭 끌어올리며 추가 금리 인상 명분을 쌓아갈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은에 따르면 309개 근원물가 품목 중 2% 이상(전년 대비) 가격이 상승한 품목의 개수는 올해 1월 150개로, 지난해 1월(67개)의 두 배 이상이다. 근원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 품목(458개)에서 에너지 및 식료품을 제외한 것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안정목표(2%)를 뛰어 넘기 시작한 지난해 4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만 해도 근원물가 상승률은 1%대에 머물렀다. 국제유가 등 세계적인 원자재값 상승으로 국내 물가도 관련 에너지 및 식료품 위주로 올라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돌파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2%대에 진입했다. 이 얘기는 에너지 및 식료품을 가공해 제품을 파는 생산자들이 그동안 늘어난 비용을 감내했지만, 작년 연말부터는 소비자 가격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근원물가는 외식, 공업제품에서 크게 오르고 있다. 올해 1월 외식 물가는 전체 39개 품목 중 무려 35개에서 2% 이상 올랐다. 해당 품목 수는 작년 4월 21개였으나 9월부터는 30개 이상을 기록 중이다. 2% 이상 가격이 상승한 공업제품 개수 역시 올해 1월 62개로, 작년 4월 38개에서 10월부터는 40개 이상으로 올라섰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원자재 수급 차질이 가장 심한 자동차, 가구 등 내구재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자동차·자전거 운송장비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8월만 해도 0.7%였으나 올해 1월 3.2%를 기록했으며, 가구 및 가사제품의 상승률은 같은 기간 6.1%에서 13.2%까지 뛰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가 상승 압력을 버텨온 생산자들이 최근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부담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생산자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는 배경에는 지난달 2.6%까지 높아진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도 존재한다. 2018년 이후 4년여 만에 2%중후반으로 상승한 것으로, 향후 1년간 물가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강한 상황이다. 이를 토대로 생산자들은 조금 더 자유롭게 제품값을 올릴 수 있고, 일반인들은 회사에 물가 상승에 맞춰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2차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생산자 제품 가격 인상→물가 상승→노동자 임금 인상 요구→생산자 제품 가격 인상→ 물가 상승’ 등 굉장히 복잡한 물가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셈이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의 임금 인상 2차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계 명목임금 상승률은 4.3%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월~11월(3.5%), 2018년 1~11월(5.3%)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정보통신(IT)과 금융업 등에서만 성과급 확대로 임금이 다소 올랐다. 미국(7%대), 유럽(5%대)에 비해서는 국내 물가 상승 폭이 아직 작은 편이고, 해당 국가들과 다르게 구인난과 같은 특수한 문제가 없어서다.
앞으로 한은의 물가 대응 행보는 빨라질 전망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려 제품값 인상 확산, 임금 인상 물꼬 등의 2차 물가 소용돌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측면에서 한은은 이달 24일 경제 전망에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2.0%(지난해 11월 경제 전망)에서 2%대 후반~3%대로 상향 조정한 후 2분기 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되는 것 같다”며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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