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메로나·투게더·월드콘 등 주요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른다. 연합뉴스
“아이스크림 4사 임원 모임에서 롯데푸드 상무가 튜브류 가격을 8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리겠다고 얘기하더군요. 그래서 해태도 인상하겠다고 말했습니다.”(해태제과식품 임원의 진술)
롯데와 빙그레, 해태가 아이스크림 가격을 두고 4년 가까이 광범위하게 담합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한 차례 적발된 뒤에도 담합을 감행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부과하고 롯데푸드와 빙그레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과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을 담합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5개 빙과류 제조·판매 사업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350억4500만원을 부과했다고 17일 밝혔다. 롯데지주·롯데제과·롯데푸드가 총 717억1900만원, 빙그레가 388억3800만원, 해태제과식품이 244억8800만원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법 위반 전력 등을 고려해 이들 업체 중 롯데푸드와 빙그레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스크림 담합은 2016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전방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처음에는 간접적인 형태였다. 소매점을 대상으로 한 영업 경쟁을 금지하는 식이다. 더 많은 소매점을 확보하려 제조사들끼리 경쟁하다가 납품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다. 납품가격 자체를 건드리기도 했다. 2017년 이들 기업은 편의점의 마진율을 45% 이하로 낮추는 방식으로 납품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그 후에는 아예 아이스크림 유형별로 판매가격을 함께 인상했다. 유통 마진이 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판매가격을 올리면 이들 제조사의 납품가격도 올라간다. 2017년에는 동네 슈퍼와 일반식품점에 납품하는 튜브류 제품 판매가격을 합의하에 인상했다. 롯데푸드의 거북알·빠삐코, 해태제과식품의 폴라포·탱크보이가 8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랐다. 1년 뒤에는 월드콘, 구구콘, 부라보콘 등 콘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했다.
이들 기업은 갈수록 더 대담해졌다. 2019년에는 합의하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납품하는 모든 유형의 아이스크림 판매가격을 최대 20% 인상했다. 계절별로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제품의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2019년 겨울에는 붕어싸만코와 월드콘, 구구콘, 부라보콘 등의 가격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인상했다.
아이스크림 제조사들은 시장 상황이 악화되자 담합을 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스크림 주요 소비층인 저연령 인구가 줄고 동네 슈퍼 같은 소매점도 감소하면서 제조사 수익성이 나빠진 것이다. 이에 2016년 초에 영업 전반에서 협력하자는 기본적인 합의를 한 뒤 점차 담합의 범위를 넓혀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2007년에도 아이스크림 담합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당시에는 콘류 제품의 가격만 문제가 돼 과징금도 총 45억원에 그쳤다. 이번에는 담합과 관련된 매출액이 3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공정위는 기업들이 조사에 협조한 점 등을 감안해 관련 매출액의 4% 수준에서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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