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소비자물가가 3.7% 올라 다섯 달째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수요 회복으로 석유류, 외식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 오름세를 견인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3.2% 올라 2011년 12월(3.6%) 이후 최고 상승 폭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가 오르고, 가공식품, 개인서비스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과 서비스로 전이되면서 향후에도 높은 물가 상승을 보일 전망이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0(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에 이어 다섯달 연속 3%대를 보였다.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보인 이후 약 10년 만이다.
상품(4.3%)과 서비스(3.1%)가 모두 올랐다. 상품 중에는 휘발유(16.5%), 경유(21.0%), 자동차용 LPG(23.8%)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석유류(19.4%)가 크게 올랐다. 빵(8.5%) 등 가공식품도 5.4% 올랐다. 다만 농축수산물은 1.6% 올라 1월(6.3%)보다 둔화했다. 돼지고기(12.4%), 수입쇠고기(26.7%), 국산쇠고기(5.1%), 딸기(20.9%) 등이 오른 반면 파(-59.8%), 사과(-20.0%), 양파(-41.8%) 등은 내렸다.
서비스 물가 상승은 외식이 주도했다. 생선회(9.8%), 쇠고기(8.2%) 등이 상승하면서 외식은 6.2% 올라 2008년 12월(6.4%)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외식과 외식 외를 합친 개인서비스는 4.3% 상승해 2009년 2월(4.4%)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공공서비스는 0.9%, 집세는 2.1% 상승했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2% 올라, 1월(3.0%)에 이어 두 달 연속 3%대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2.9% 올라 2009년 6월(3.0%)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근원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석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제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에도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3%대 상승률을 지속했다”며 “국제유가나 곡물가 상승, 글로벌 공급 차질 등 대외적 물가 상승 요인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 요인이 가세하면서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고, 다음 달에도 물가 오름세가 지속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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