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그룹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계열사 몸집을 불리면서 당국에는 이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상열 회장은 이런 문제를 수차례 보고받고도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위 제출 자료에서 계열사 13곳과 친족 2명을 누락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김상열 호반건설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매년 각 그룹의 동일인(총수)에게서 친족과 계열사 명단 등의 자료를 받고 있다. 이 때 받은 자료는 공정위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여부를 감시하는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김 회장은 2017년부터 4년간 이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계열사는 삼인기업이다. 삼인기업은 2018년 설립된 건축자재 유통업체로, 김 회장의 처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기 전인 2020년까지 낸 자료에서 삼인기업을 누락했다.
문제는 삼인기업이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몸집을 키웠다는 점이다. 삼인기업은 2020년 7월부터 호반건설·호반산업과 거래하기 시작했다. 협력업체 등록을 위한 신용등급 같은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도 거래를 한 것이다.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는 3년간 우수협력업체 표창을 받은 곳이었음에도 별다른 설명 없이 물량을 빼앗겼다고 한다. 그 결과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한 삼인기업은 2020년 매출 20억원을 달성했다. 그 중 88.2%가 호반건설그룹과 한 거래로 올린 매출이었다.
김 회장의 처가는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지분 파킹’을 하기도 했다. 내부거래가 시작되기 직전인 2020년 6월 지분의 명의를 지인들에게 넘긴 것이다. 명의를 빌려준 지인들과 회사 수익을 나누기로 합의했다. 김 회장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제출 자료에는 삼인기업을 포함시켰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아예 삼인기업을 청산시켰다.
김 회장은 가까운 친족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은폐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사위가 지분 31.82%를 들고 있던 세기상사를 누락했다. 김 회장은 세기상사를 계열사로 편입해야 한다는 보고를 여러 번 받고서도 묵살했다고 한다. 여동생과 매제가 지분 총 100%를 보유한 영암마트운남점도 2017∼2020년 자료에서 제외했다. 또 사위와 매제를 친족 명단에서 뺐다.
공정위는 김 회장의 위법행위 인식 가능성과 중대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2017∼2020년 네 번이나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점을 감안했다. 은폐된 계열사에서 내부거래가 이뤄진 점도 고려됐다. 공정위에 이런 자료를 거짓으로 제출한 자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