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짓기 전에 지반의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용역을 두고 무려 10년간이나 담합(짬짜미)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0~2019년 건설계측관리용역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테스콤엔지니어링 등 36개 기업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7억6700만원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건설계측관리용역은 건설에 앞서 지반의 움직임이나 지하수 분포 상태, 주변 시설에 미치는 영향 등을 예측하고 평가하는 것을 가리킨다. 건설 공사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단계다.
이들 업체는 총 102건의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기업을 미리 정해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와 아파트 신축 등 다양한 공사에서 담합이 이뤄졌다. 일부 업체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내역을 적어놓고 이를 ‘장부’라고 부르기도 했다. 발주처가 기존의 협력업체 중에서 4∼5곳을 지명해 입찰에 참여하게 하는 방식인 만큼, 입찰 담당 직원들끼리 안면이 있어 담합이 수월했다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담합에 참여한 기업들은 102건 중 99건의 입찰에서 낙찰받았다. 총 계약금액은 약 502억원이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중대성이 크지는 않다고 보고 계약금액의 3% 수준에서 과징금을 부과했다. 36개 기업 중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흥인이엔씨는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 내용을 카드뉴스로 만들어 36개 기업 직원들에게 배포했다고도 밝혔다. 직원들의 법 위반 인식 부족이 장기간 담합으로 이어진 점을 고려한 것이다. 공정위는 “기존 대면교육 방식은 주로 대표이사나 임원들을 대상으로 했다”며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교육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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