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2021년 4분기 손실보상 오프라인 신청이 시작된 지난 10일 오후 서울 동작구청 손실보상 전용 창구를 찾은 소상공인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 50조원 마련을 위해 기획재정부가 지출구조조정 검토에 착수했다. 하지만 지출구조조정으로 마련할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아 손실보상을 위한 특별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1일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예산실 각 과에서 깎을 수 있는 예산을 살펴보는 중이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재원 50조원 가운데 얼마나 지출구조조정으로 마련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줄일 수 있는 예산이 많지 않아 기재부 관계자들이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법으로 지출하도록 규정한 의무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은 올해 예산 608조원 가운데 304조원으로 딱 절반이다. 하지만 의무가 없다고 재량지출을 손쉽기 깎기는 어렵다. 올해 예산은 재량지출 10%를 줄이는 것을 기본으로 마련된 데다 국방비를 비롯해 공무원 인건비, 국가장학금 지원,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삭감하기 힘든 경직성 예산이 상당수여서다. 특히 국방부 예산 55조원 가운데 50조원이 재량지출인데 윤 당선자가 과학기술 강군을 공약한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도 고조되고 있는 터여서 쉽게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28조원 역시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이 상당수여서 줄이기 어렵고, 시작 단계라고 해도 해당 지역의 반발을 고려하면 손대기가 만만치 않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는 알리지 않고 내부적으로 살펴보는 중인데, 지출구조조정으로 마련할 수 있는 돈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도 대규모 지출구조조정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집권 첫해 재량지출 14조원, 의무지출 8천억원 삭감을 시작으로 5년간 재량지출 80조원, 의무지출 5조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취임 이후 발족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삭감 목표액을 60조원으로 축소했다. 이후 집권 초기 사회간접자본 예산 4조원을 비롯해 11조원가량을 줄이는 등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사회간접자본 예산이 다시 늘어났다. 기재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초반 토목 예산을 중심으로 줄였는데 집권 후기에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지출구조조정 폭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후보 시절 증세 공약은 물론 지출구조조정 로드맵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손실보상 재원 마련과 복지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지출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재량지출 가운데도 줄이기 쉽지 않은 예산이 많아 지출구조조정으로 마련할 수 있는 예산은 5조원에도 미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미 쓸 곳이 정해진 예산을 줄이기 힘든 데다 마련할 수 있는 재원도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해 ‘특별기금’을 조성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기재부에서도 코로나19 발생 초반에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기금을 만들자는 의견이 일부 나왔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3년 차에 접어들면서 계속해서 피해가 쌓이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피해 지원을 위해선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더욱이 대선 과정에서 주요 후보들 모두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별도 예산 마련을 약속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특별회계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기금 조성을 공약했다. 특별회계는 매년 예산을 편성한 뒤 남은 금액은 세계잉여금으로 돌려야 하는 데다 편성·지출에 국회 심의가 필요해 탄력성이 떨어진다. 반면 특별기금의 경우 매년 적립이 가능하고 기금의 20% 이하(금융성기금은 30%)는 국회 심의 없이 쓸 수 있다. 또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특별회계보다 기금이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재원 마련 방안의 하나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금 조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은 물론 현재 68개인 기금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산에 정통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전염병이 올 경우 기금이 계속 사용될 수 있는 만큼, 기금 적립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비슷한 목적을 가진 기금을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후보 시절 재난복권 발행과 부가가치세에 추가 세금 부과 등을 기금 재원 조달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5∼10년 주기로 전염병이 도래할 수 있어 그 사이 기금으로 적립해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수혜를 입은 이들을 대상으로 법인세나 종합소득세에 추가로 기금 마련을 위한 부담을 지우는 것도 재원 마련의 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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