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사진)을 지명했다. 연합뉴스
“경제 전문가로 그만한 사람이 없다.”
23일 청와대가 후임 한국은행 총재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하자 한은 안팎에서는 호평이 나왔다. 이 후보자가 다방면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만큼 경제의 ‘큰 그림’에서 재정·금융과 조합을 잘 맞춘 통화정책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이 후보자가 그간 통화정책에 대해 뚜렷한 시각을 드러낸 적은 드문 터라, 취임 이후 보일 행보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1960년생인 이 후보자는 서울대 교수(경제학)를 거쳐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2009년 초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2011년부터 3년간은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로 일하며 국제경험도 쌓았다. 가장 눈에 띄는 이력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8년 간 아이엠에프에서 핵심 보직을 수행한 점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불어닥친 거시경제 정책 대격변기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얘기다.
이론과 실무에 밝은 데다 풍부한 국제경험까지 갖춘 만큼 이 후보자에 대한 한은 안팎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오는 31일 퇴임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연 기자간담회에서 “학식, 정책 운영,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면에서 출중한 분”이라고 말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한은 금융통화위원)는 <한겨레>에 “한국인으로서 그만한 경제 전문가가 없다”고 말했다. 한은과 함께 거시정책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기획재정부에서도 “아이엠에프는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강조하고 거시정책의 조합을 중시한다. (아이엠에프에서 오래 근무한) 이 후보자는 (재정정책과의) 폴리시믹스(정책 조합)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고 알고 있다”(한 핵심 국장)는 호의적 평가가 나왔다.
그는 국제 기구에 있으면서도 언론 인터뷰 등 여러 경로로 한국 경제에 대한 언급을 이어왔다. 주로 구조개혁과 재정의 효율적 운영, 민간 부채 감축의 필요성 등을 강조해왔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20년 7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재정의 지속성 확보를 위해선 보편 증세가 필요하다”며 “사회안전망부터 강화한 뒤 기본소득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통화 정책에 대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이 후보자의 발언은 드물다. 올해 초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금리 인상을 통해 부채비율을 조정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경기 회복세가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는 언급을 하긴 했으나 원론에 가까운 발언이다. 이런 까닭에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등의 과정에서 통화정책에 대해 어떤 시각을 드러낼지 관심이 큰 상황이다. 시장에서도 이 후보자가 매파(긴축 선호) 혹은 비둘기파(완화 선호) 중 어느 쪽일지에 대해 추측이 분분하다.
이 후보자가 당면해야 할 경제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높은 물가와 경기 둔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시작했으며,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돈줄을 죄고 있다.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통화정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이 후보자는 오는 30일 오후 귀국한다.
전슬기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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