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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영세 금형업체 모여 ‘금빛’ 빚다

등록 2006-02-20 19:10

협업으로 금형을 만드는 몰드존 참여 업체 대표들. 왼쪽부터 이창호 디엔씨존 대표, 김영근 제이에스테크, 곽대규 세정, 박양호 태주정밀, 안재억 성환테크, 이종삼 명화테크, 이시엽 에이스정밀 사장과 최영진 디엔씨존 이사, 이석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 광명/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협업으로 금형을 만드는 몰드존 참여 업체 대표들. 왼쪽부터 이창호 디엔씨존 대표, 김영근 제이에스테크, 곽대규 세정, 박양호 태주정밀, 안재억 성환테크, 이종삼 명화테크, 이시엽 에이스정밀 사장과 최영진 디엔씨존 이사, 이석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 광명/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막다른 골목서 뭉쳐
협업과 시스템화 승부
몰드존이 ‘골드존’으로

멸치떼가 상어 쫓는 광명 ‘몰드존’

경기 광명시에 있는 ‘몰드존’은 얼핏 보기에 여느 금형 공장과 다를 바 없다. 상담하려는 바이어들이 오가고, 1000여평의 공장 안에는 기계와 사람이 쉼없이 움직인다. 이곳에서 나오는 금형 제품은 ‘몰드존’이라는 회사 이름으로 팔려나가지만, 몰드존이라는 실제 회사는 없다. 이곳은 영세 금형업체 9곳이 모인 ‘가상기업’이다.

디엔씨존이 영업과 금형설계, 공정 분배 등 중심기업 역할을 하고, 제이에스테크와 태주정밀이 1차 가공을 하면 성환테크와 진영정밀조각, 인정와이어가 정밀가공을 한다. 이어 명화테크가 래핑 작업을 하고, 후로얄정밀, 에이스정밀에서 최종 조립을 담당한다.

이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은 2004년. 대기업에 의존해 연명해가던 영세업체들은 막다른 골목에서 협업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모두 서울 영등포와 구로의 대여섯평짜리 어두침침한 작업장에서 사장이 직원 한두명 데리고 일했던 작은 업체들이다.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들어왔습니다.” 정밀가공업체 성환테크 안재억 사장은 ‘금형 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일할 맛이 난다”고 말한다. 10여년 회사생활을 접고 서울 독산동에서 창업했던 6년은 낮에는 일감 받아오고, 밤에는 들어와 쇳덩이를 깎는 고된 생활이었다. 1년에 닷새 이상 쉰 적이 없고 밤 10시 전에 집에 들어가는 날은 한손으로 꼽힌다. 손에 쥐는 돈은 인건비와 기계값을 떼고나면 한달에 300여만원이었다. 안 사장은 “내가 왜 금형을 시작했는지 가슴을 친 적이 많았지만, 이제야 앞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25억원에 불과했던 9개 회사의 매출은 협업을 시작한 뒤 67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고, 2005년에는 120억원으로 갑절 가까이 올랐다. 순이익도 2억7천만원에서 7억9천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9개 업체 모두 위기의식을 느낀 회사들이에요. 재산은 없고 중국은 치고 들어오고, 다른 일을 할 여력도 없으니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걸고 들어온거죠.” 몰드존의 첫 아이디어를 낸 디엔씨존의 이창호 사장은 중소기업 생존의 모범답안을 ‘협업’에서 찾는다. 이 사장은 영세 금형업체 대여섯곳과 함께 일하다가 몰드존을 구상하게 됐고, 마침 한국형 제조혁신을 고민하던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접촉하면서 사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직접 ‘기술이 좋다’고 알려진 금형 소기업들을 찾아 설득했고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모였다. “시설 중복투자를 줄이고 가동률을 높였습니다. 각 업체의 기술력은 훌륭하니, 중국보다 싼 가격에 훨씬 좋은 품질을 낼 수 있었죠.” 그러나 초기에는 여러 문제가 튀어나왔다. “협조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 이익만 챙기려는 사람도 나오고. 나가버린 업체도 여럿 있습니다.” 이익 배분을 둘러싼 싸움을 막기 위해 회계는 아예 회계법인에 맡겨 버렸다. 분배의 기준을 만들고 합의하면서 조금씩 바꿔나가는 중이다.


몰드존의 소사장들은 성공비결로 철저한 시스템화를 꼽는다. 이창호 사장은 “기존 금형은 임가공 업체 수십 곳이 각각 일을 하다보니 제대로 된 물건인지를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우리는 제조과정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이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완성차 대기업이 중국과 대만으로 맡기려던 물량을 우리에게 맡기기도 했다”며 “70% 이상이 수출물량”이라고 자랑했다.

오는 5월에는 경기 화성시에 제2몰드존이 생겨난다. 지금 몰드존이 5톤 미만의 정밀도 0.01~0.03㎜인 가전과 자동차 부품 금형을 생산한다면, 제2몰드존은 5톤 이상의 중대형 금형이 생산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이석우 박사는 “몰드존과 같은 가상기업은 국내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며 “한국형 제조혁신의 핵심으로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상어들과 경쟁합니다. 우리의 겉모습은 상어지만, 사실은 멸치떼가 모인거죠. 하지만 진짜 상어들보다 훨씬 나은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이 있습니다.” 이창호 사장은 “영세 임가공업체들이 살아남는 길은 한데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명/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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