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이 함께 요구해온 코로나19 지원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불발될 전망이다.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한국판 뉴딜’ 등 현 정부의 역점 예산 사업을 조정하거나 삭감하기 어렵다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 용도로 요구한 예비비 사용은 승인해주기로 했다.
27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핵심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과 더불어민주당이 함께 요구하고 있는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2차 추경 편성에 나서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획재정부가 인수위 요청에 따라 지출 구조조정을 비롯한 재원을 검토하지만, 추경안 제출은 새 정부에서 해야 할 듯하다”고 밝혔다. 기재부 당국자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간부회의를 비롯해 여러차례 ‘임기 안에 추경은 더 이상 없다’고 밝힌 바 있다”며 “현 정부 임기 안 추경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24일 기재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소상공인에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경안을 조속히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민주당도 추경 편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취임 즉시 긴급재정명령권을 행사해서라도 최소 34조원의 추경 편성을 즉시 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정부가 추경 편성이 어렵다고 본 까닭은 뾰족한 재원 마련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자 쪽은 기존 예산 조정을 뜻하는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정부 핵심 관계자는 “대규모 예산 조정을 하다보면 ‘한국판 뉴딜’과 같은 현 정부의 핵심 예산 사업에 손을 대야 한다”며 “현 정부가 스스로 역점 사업의 예산을 삭감하거나 집행을 순연하기는 어려운 노릇 아닌가”라고 말했다. 2020년부터 추진된 한국판뉴딜은 중기 국가 프로젝트로, 올해 예산에는 모두 33조7천억원이 배정돼 있다.
이외에도 대규모 추경을 위해 불가피하게 국채를 발행하게 되더라도 그에 따른 물가 자극과 같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현 정부가 추경 편성에 난색을 드러내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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