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서울의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돌파한 가운데 이르면 다음달부터 유류세가 추가 인하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달 5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추가 인하 폭과 구체적인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어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여부를 막바지 점검 중”이라며 “할당관세 적용 품목 확대를 포함한 추가 대책을 내달 5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유가와 3월 소비자물가 동향 등을 보고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30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99원, 서울은 2066원으로 지난 2월 평균 가격에 비해 약 16%씩 올랐다. 또 지난 2월 소비자물가는 3.7% 올랐는데, 석유류 기여도가 0.79%로 가장 높아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가 유류세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올 4월까지 유류세 20%를 한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달 초에는 올 7월까지 3개월 더 연장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인하 폭 확대 방안도 검토해왔다. 인하율을 30%로 확대할 경우 휘발유 ℓ당 세금은 820원에서 574원으로 내려간다. 현재 적용 중인 인하율 20%에 비하면, 82원이 더 줄어든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급등하고 있는 유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30% 추가 인하를 정부에 요청했다. 최상목 인수위 경제 1분과 간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도 (유류세) 추가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4월 중 시행령 개정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물가와 함께 금융·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임기 말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 공급망 차질 등 리스크 요인이 중첩되면서 불확실성이 지속해서 누적되고 있다”며 “국채시장은 시장 상황에 따라 국채 발행물량을 조정하고 금리 변동성이 과도할 경우 한은과의 공조 강화 등 안정화 조처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시장이 하향안정세를 보이다 최근 주춤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시장 안정 속에 제도 변화를 모색할 수 있도록 시장 하향 안정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산업위기대응 심의위원회를 거쳐 올해 4월 만료 예정이던 전북 군산에 대해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 기간을 1년간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 대한 정책금융기관의 대출 만기 연장, 경영자금 융자 같은 금융지원이 이뤄지고, 실직자 재취업 지원, 한시 일자리 지원 등도 이어진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