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경유, 휘발유 가격. 연합뉴스
정부가 유류세를 현행 20% 인하에서 30%로 더 낮춰 5월1일부터 시행할 전망이다. 오는 5일 열리는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유류세 추가 인하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3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되는 날에 물가 안정 추가 대책을 내놓는 것이다. 정부는 5월1일부터 7월 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10%포인트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지난해 공급망 차질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 원자재 등이 상승해 물가가 치솟자 세금을 더 깎아주는 방안을 내놓는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폭 확대를 검토 중인데, 시행은 입법 예고 등의 절차가 필요해 5월부터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류세 30% 인하가 시행되면 휘발유 ℓ당 세금은 820원에서 524원으로 준다. 현재 20% 인하로 164원 낮아진 효과를 낳았는데, 10%포인트 더 낮아지면 82원이 더 준다. 이로 인해 세수 감소는 7천억원이 더 발생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유류세 인하를 시행하면서 올해 세수 감소액을 2조24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달 초 7월까지 추가 연장하면서 추가로 1조4천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인하 폭 확대까지 더하면 4조원이 넘는 세수가 줄어든다.
정부는 동시에 경유 화물차에 유가보조금(유류세 연동 보조금)을 더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가보조금은 2001년 에너지 세제 개편으로 부담이 늘어난 버스·화물차 등에 유류세 인상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해주는 제도다. 국토교통부 고시인 ‘화물자동차 유가보조금 관리 규정’은 유가보조금 지급단가를 현재 유류세액에서 2001년 6월 당시 유류세액(경유 ℓ당 183.21원, 액화석유가스(LPG) ℓ당 23.39원)을 뺀 나머지 금액으로 정하고 있다. 유류세가 낮아져, 유가보조금은 줄어든 상태다. 반면 경유는 지난 3월 셋째주부터 ℓ당 1900원대로 올라서면서 휘발유와 가격 차가 100원 미만으로 좁혀졌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화물차 운전자 등의 지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고시 변경으로 부담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역진성 개선 등에 대한 대책 없이 손쉬운 방법만 쓴다는 비판이 기재부 내부에서조차 나온다. 유류세 인하는 유류 소비가 많은 고소득층일수록 혜택이 더 클 수밖에 없어, 대책 시행 때마다 역진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몇 안 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없이 손쉬운 유류세 인하 대책을 일찍부터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에는 물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와 함께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등을 상대로 1인당 최대 24만원의 유가 환급금(소득세 환급)을 지급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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