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대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와 통합할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정 격차를 악화하고 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0년 기준 서울은 세수가 2조원 늘어나는 반면 전남·경북·강원 등은 2천억∼3천억원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나라살림연구소의 ‘종부세를 재산세로 전환했을 때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2개 특별자치시도 가운데 총수입에서 부동산교부세 비중이 3%(2020년 기준)를 넘는 지자체가 23곳에 달했다. 부산 중구(5.7%)와 전남 함평군(5.2%)은 5%를 넘었다.
지자체에 배분하는 부동산교부세는 종부세를 재원으로 한다. 수입은 부동산 가격이 높은 수도권에서 대부분 나오지만, 분배는 지자체의 재정여건, 사회복지, 지역교육, 보유세 규모를 기준으로 주로 비수도권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2020년의 경우 3조3천억원 가운데 비수도권에 2조6천억원(79.3%), 수도권에 7천억원(20.7%)이 배분됐다. 재정력이 낙후되거나 사회복지 수요가 많을수록 더 많은 재원이 배분되는 구조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다.
2020년 지방재정연감에 따르면, 부동산교부세는 3조3790억원으로 비수도권 지자체 재정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 부산 중구는 총수입 2638억원 가운데 부동산교부세가 151억원으로 5% 이상이었다. 전남 함평군도 부동산교부세가 290억원으로 총수입 5540억원의 5%를 웃돌았다. 또 인천 동구와 강화군을 비롯해 부산 동·영도·서구, 충북 증평군, 울산 동구, 강원 양양군, 전남 구례군 등 23개 지자체에서 부동산교부세가 총수입의 3% 이상을 차지했다.
부동산교부세가 지방세 수입보다 더 많은 지자체도 경북 울릉·영양군, 전남 함평·장흥군, 강원 양구·화천군, 전북 진안군 등 7곳에 달했다. 경북 울릉군은 부동산교부세가 125억원으로 지방세 수입액(62억원)의 두배에 달했다. 종부세 폐지와 재산세 통합으로 부동산교부세가 사라질 경우 지자체 행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뜻한다.
윤석열 당선자는 대선 후보 시절 종부세와 관련해 향후 재산세와 통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실현할 경우, 광역시도별로 살펴보면 서울과 경기는 지방세 수입이 늘어나는 반면 대부분 비수도권에서는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서울시는 2조743억원, 경기는 1905억원이 늘었다. 반면 전남이 3259억원으로 감소액이 가장 많고, 경북(2343억원), 강원(2275억원), 전북(2067억원), 충남(1627억원), 경남(1611억원), 충북(1382억원), 부산(1092억원)이 뒤를 이었다. 2021년의 경우 종부세가 6조1천억원이 걷혀 전년보다 70% 넘게 늘어, 이를 기준으로 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증감액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종부세는 조세부담 형평성 제고는 물론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위한 재원으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며 “종부세를 재산세로 전환할 경우 현재 배분 방식을 유지할 수 없고, 재정이 열악한 지방의 지자체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는 종부세가 부동산교부세로서 수행한 재정 불균형 조정 기능을 없애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