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무역수지 적자에도 경상수지는 22개월째 흑자를 이어갔다. 흑자 규모는 감소하고 있으나 선박 수주, 중계무역순수출 등에 힘입어 ‘흑자 행진’을 유지하고 있다.
8일 한국은행의 ‘2022년 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64억2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20년 5월 이후 22개월 연속 흑자다.
경상수지는 외국과 상품을 사고, 판 결과다. 경상수지 내 비중이 가장 큰 상품수지는 무역수지와 동일하게 수출입(수출액-수입액)을 집계한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무역수지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출액보다 수입액 증가 폭이 커지면서 지난해 12월, 올해 1월과 3월 각각 적자를 냈다.
경상수지도 원자재 값 부담으로 흑자 규모는 축소되고 있다. 올해 2월 경상수지 흑자액은 전년 같은 기간(80억6천만달러)보다 16억4천만달러 줄었다.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 흑자 규모도 42억7천만달러로 전년(58억6천만달러)에 비해 15억9천만달러 감소했다.
그러나 경상수지의 적자 전환은 아직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경상수지는 무역수지보다 집계 범위가 더 넓기 때문이다. 경상수지에는 수출입 차이를 보여주는 상품수지 외에도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가 포함된다. 지난 2월 서비스수지(5억7천만달러)와 본원소득수지(17억1천만달러)가 모두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체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힘을 보탰다.
또한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부분에서도 무역수지와 다르게 집계되는 선박 수주, 중계무역순수출 등이 호황을 보이고 있다. 무역수지는 ‘관세선’이 기준이며,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는 소유권 이전 시점이 기준이다. 무역수지는 관세선을 넘어 완성된 배가 고객에게 전달될 때 모든 금액을 한꺼번에 수출액에 반영하지만,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는 단계별로 받는 돈을 그때그때 수출액에 집계한다. 국내 조선 업계는 올해 1분기 세계적으로 발주된 선박의 절반을 수주하며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받는 선금과 중도금이 경상수지 흑자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중계무역순수출도 경상수지 흑자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중계무역순수출은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이다. 이것은 관세선을 넘지 않으므로 무역수지에 잡히지 않는다. 지난해 중계무역 순수출은 221억달러로 1980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대였으며, 올해 2월 한 달 동안에도 16억8천만달러를 기록했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는 경상수지에 부정적 요인이지만, 무역수지와 다르게 선박·중계무역수출·운임 보험료 보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 전환의 가능성은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감소할 수 있지만, 흑자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월 올해 연간 경상수지를 700억달러 흑자로 예상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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