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쟁당국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식 취득에 대한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했다고 14일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월 게임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 지분 100%를 687억달러(약 84조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테크 업계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위는 게임 개발·배급 시장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러 게임을 직접 개발·배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계열 회사들이 개발·배급하는 게임으로는 마인크래프트, 포르자 호라이즌, 엘더스크롤 등이 있다. 아울러 게임 콘솔인 엑스박스(Xbox)를 판매하고, 다른 회사에서 개발·배급한 게임을 유통하기도 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도 게임 개발·배급에 주력하는 회사다. 디아블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콜오브듀티, 캔디크러쉬 사가 등 컴퓨터·콘솔과 모바일 기기용 게임을 개발·배급해왔다. 게임 개발·배급 시장에서 몸집이 상당히 불어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계약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번 인수로 모바일·컴퓨터·콘솔·클라우드에 걸친 게임 사업이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며, 메타버스를 위한 기본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수평결합과 수직결합 모두 심사할 계획이다. 수평결합은 같은 상품·서비스를 놓고 경쟁하는 기업끼리의 결합을, 수직결합은 생산 공정이나 유통 단계상 관련이 있는 기업끼리의 결합을 일컫는다. 공정위는 게임 개발·배급시장에서는 수평결합이, 게임 개발·배급시장과 게임 유통시장 간에는 수직결합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인수는 미국 경쟁당국에서도 심도 있는 심사를 받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은 최근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서한을 보내 노동자 문제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이번 인수가 독점력을 높이고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악화시킬 것으로 판단된다면 연방거래위원회는 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연방거래위원회는 이밖에 소비자 데이터 문제와 메타버스 산업이 받는 영향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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