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스디아이(SDI)가 국내 수급사업자의 도면을 중국 업체에 넘긴 것으로 드러나 제재를 받았다. 다만 이 도면이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술자료인지는 평가가 엇갈려, 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수급사업자 ㄱ기업을 통해 다른 사업자의 도면을 전달받아 중국 협력업체에 제공한 혐의(하도급법 위반)로 삼성에스디아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5천만원을 부과했다고 18일 밝혔다.
문제가 된 기술자료는 배터리 부품을 운송할 때 쓰이는 트레이 도면이다. 삼성에스디아이는 중국 현지에서 트레이를 조달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해 ㄱ기업에 도면을 요구한 뒤, 이를 중국 협력업체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하도급법은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쟁점은 이 도면이 하도급법상 ‘기술자료’에 해당하는지다. 먼저 ㄱ기업이 만든 도면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삼성에스디아이가 받아간 도면은 다른 부품업체인 ㄴ기업이 만들어 ㄱ기업에 준 도면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으로 보호받는 것은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로 제한된다. 도면이 ㄱ기업 것으로 인정돼야만 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거래상 지위 남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하도급법 취지를 고려하면, 기술자료의 범위를 좁게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도면의 경제적 가치도 미지수다. 하도급법은 기술자료의 요건 중 하나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공정위는 트레이의 단가는 개당 1천원 수준이며 물량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ㄱ기업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지 않았고, 삼성에스디아이가 기술자료를 넘김으로써 본 이득도 밝혀진 바가 없다. 중국 협력업체는 결과적으로 트레이 도면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송상민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굉장히 미미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해서 중요한 기술이 되는 게 많기 때문에 어떤 기술을 두고 보호 가치가 없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에스디아이는 수급사업자 8곳에 기술자료 16건을 요구하면서 관련 서면을 제공하지 않은 혐의로도 시정명령과 과징금 2천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로써 삼성에스디아이가 물게 되는 과징금 총액은 2억7천만원이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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