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 한 고깃집에서 사장 송아무개씨가 식탁을 정리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내내 배달비로 시름하던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하자 이제는 오르는 월세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한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 은평구에서 도시락 가게를 운영하는 조아무개(47)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완전히 해제된 요즘 고민이 많다.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에 공간을 나눠 ‘샵인샵’으로 배달 전문 도시락 가게를 낸 것이 2020년 4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조씨는 지난 2년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긴 해도 먹고 살 만큼은” 벌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일상회복을 선언하면서 배달 주문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조씨는 “뉴스에서는 자영업자 살아난다는 내용이 많이 보도되는데, 술집이나 홀 위주의 일부 업종에나 해당하는 말“이라며 “계속 이렇게 주문이 안 들어오면 업종을 전환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되고 나들이가 크게 늘어난 요즘, 배달을 전문으로 가게를 꾸려가던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날로 커지고 있다. 홀의 규모를 줄이고 배달에 주력했던 영업 형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배달 앱 월간 활성 이용자는 2448만명을 기록해 직전인 2월보다 7만명이 줄었다. 지난 1월(2476만명) 이후 3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8월 2503만명에 견줘서는 55만명이 감소한 수치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배아무개(41)씨는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게 규모를 줄이고 배달에 집중했는데, 이제 다시 홀 운영을 해보려 하니 월세가 크게 올라서다. 배씨는 “결국 자영업자는 배달비에 울고, 월세에 우는 신세밖에 안 된다”며 “최근 2주 동안 배달 앱 매출이 평소보다 5분의 1로 급감한 것을 보니 가게를 접어야 하나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배민커넥트 오토바이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최아무개씨의 배달 모습.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배달원 수는 42만8천명에 달한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코로나19 사태를 타고 크게 늘었던 ‘배달 라이더’의 처지도 자영업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라이더들 사이에선 “좋았던 시절 다 끝났다”거나 “이제 배달 접고 정규직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말이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 19일 발표한 ‘2021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지역별 특성’을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 배달원 수는 42만8천명으로 전년 대비 9.7% 늘었다. 배달원 수가 40만명대에 진입한 것은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코로나19 이전(2019년, 34만9천명)과 비교하면 2년 새 22.6%나 증가했다.
2년째 전업 라이더로 일하고 있다는 이성준(가명·27)씨는 “아직도 신규 진입자들이 많은데, 이제 (이 시장에서) 빠지는 게 맞는다는 확신이 든다”며 “하루 25~30만원 이상 꾸준히 찍는 베테랑인 나도 최근 콜사(콜이 없다는 뜻의 은어)가 길어지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라이더들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최근 중고 오토바이와 전기 자전거 등의 매물이 하루에도 20여건씩 꾸준히 올라온다.
배달앱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사실 4~5월은 전통적인 배달 비수기라서 아직 배달 음식 주문 건수가 급격히 하락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며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고비를 넘긴 만큼, 라이더 태부족 상태가 조금은 개선되는 것이 시장 원리 아니겠냐”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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