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우리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orld Government Bond Index·WGBI) 편입을 다시 추진한다. 새 정부에서 협의 절차가 원활히 이뤄지면 이르면 내년 9월 편입될 수도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에서 21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취재기자단과 간담회를 열어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상 세계 10대 강국으로서 세계국채지수 가입 여건(자격)이 충분히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홍 부총리는 “국채 시장 발전이나 외화자금 유출입 상황을 고려할 때 편입이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음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편입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세계국채지수는 블룸버그-바클레이즈 종합지수(BBGA·2002년 편입)와 제이피(JP)모건 신흥국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 가운데 하나다. 추종자금은 글로벌 패시브펀드(인덱스·ETF), 일본계 연기금 등 약 2조5000억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정부가 세계국채지수 편입을 추진하는데는 국채금리는 물론 시중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해서다. 홍남기 부총리는 “가입하면 채권 발행 금리가 낮아지고 외화 자금이 추가로 들어오는 등의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국채 수요가 늘어 발행 금리가 더 낮아지고, 이에 연동되는 시중금리도 영향 받을 것”이라며 “다만, 외국인 보유 국채가 늘어나 변동성이 커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편입을 추진했지만, 이듬해 무산된 바 있다. 지난 2020년에도 국채시장 역량 강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편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 정부가 편입을 추진해도 실제 편입까지는 1∼2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편입을 위해서는 세계국채지수를 관리하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와의 협의를 거쳐 관찰대상국 목록에 올라야 한다. 이후 6개월 이상 검토를 거쳐 매년 9월 연례심사 시 편입 여부가 결정된다. 우리 정부가 올 상반기 사전협의를 진행하면 빠르면 올 9월에 관찰대상국이 되고, 내년 9월에 최종 편입이 가능할 수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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