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서울시 코로나19 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1~3월) 0.7% 성장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 수출이 간신히 경기를 방어했다. 대외여건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2분기 이후 경제 상황은 훨씬 녹록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주요 기관은 올해 연간 3% 성장 달성은 어렵다며, 2% 중반으로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을 보면,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계절조정)은 전 분기 대비 0.7% 증가했다. 직전 분기(1.2%)에 견줘 성장 속도가 크게 느려진 것이나 ‘0%대 초·중반’에 머물 것이란 시장 예상은 웃돌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기대 이상의 성장”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성장의 구성을 보면 오미크론 확산에서부터 우크라이나 사태가 할퀸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방역 조처 유지에 따라 민간 소비는 0.5%(전분기비) 줄며 한 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공급망 차질 여파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4.0%, 2.4%나 줄었다. 특히 설비투자는 3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에 정부 부문을 포함한 내수(소비+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0.7%포인트였다. 내수가 성장률을 갉아먹었다는 얘기다. 정부만의 성장기여도도 마이너스(-0.6%포인트)였다. 정부도 원자재 수급난을 겪으며 재정 집행을 제때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0.7% 성장은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내수 부진을 메워냈기 때문이다. 1분기 수출 증가율(물량 기준)은 4.1%로 직전 분기(5.0%)에 이어 높은 실적을 보였다. 이에 순수출(수출-수입) 성장기여도는 1.4%포인트였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수입 단가가 높아지면서 수입 증가율이 0.7%에 그친 것도 순수출 기여도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앞으로의 상황은 매우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 경제 부진 등 대외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서다. 구체적으로 원자재 대국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올해 국제유가는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처로 전 세계 공급망 위기는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긴축 행보를 이어가는 것도 한국 경제엔 부담이다. 시중금리 상승은 부채 부담이 큰 가계의 소비를 제한하고 기업의 투자 여력도 줄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9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4%에서 3.6%로, 한국 성장률도 3%대에서 2% 중반대로 크게 낮춘 까닭이기도 하다. 한국은행도 지난 14일 “올해 실질 지디피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3%)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위축 가능성을 크게 내다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 부문이 언제까지 견실한 실적을 이어갈지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경제 둔화 흐름이 뚜렷한 상황에서도 2분기 들어서도 수출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양새다. 한 예로 4월 수출(금액 기준, 1~20일 누적)은 반도체와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16.9%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민간 소비가 얼마만큼 늘어날지도 향후 성장 흐름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남은 분기마다 0.6~0.7%씩 성장하면 연간 3% 성장을 달성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방역 조처 완화 등이 수출과 소비에 줄 영향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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