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의 대기업집단 진입을 둘러싼 논란은 입법 공백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당국 중 처음으로 가상자산 기업을 본격 규율하게 됐지만,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이 불분명한 탓에 혼란이 예상된다. 두나무의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27일 공정거래법과 시행령을 보면, 대기업집단 공시 제도는 주로 내부거래와 특수관계인 거래, 지배구조 현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공정거래법 시행 목적인 경제력 집중 방지와 맞닿아 있다. 국내 경제에서 일부 대기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거나, 기업 총수에게 재산이 과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견제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이런 공시 자료는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나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감시하는 주요 수단이 된다.
두나무의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규제의 실익이 크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가상자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투자자 보호 장치와는 큰 연관이 없어서다. 두나무의 절대적인 규모가 커진 만큼 경제력 집중에 대한 감시도 필요하지만, 본질적인 과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는 평가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아직 가상자산 업권법이 없어 고객 보호나 건전성 감독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입법 전까지) 공정거래법에서 공시 제도 등을 통해서 그나마 정보가 공개되도록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형태로든 입법이 되면 좋겠고, 그 후에는 공정거래법에 (업권법과) 충돌하는 부분이나 보완할 점은 없는지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의 성격이 분명하지 않은 데 따른 혼란도 예상된다. 이제까지 공정거래법 공시에 가상자산이 등장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두나무의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첫 사례가 나올 수 있는 셈이다. 일단은 계열 회사가 특수관계인과 일정 규모 이상의 가상자산을 직접 거래할 때는 무형자산으로 분류돼 공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 회사가 거래소 업비트를 통해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경우에는 여기서 발생한 중개 수수료가 상품·용역으로 분류돼 공시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공정위는 향후 회계처리기준을 검토해 구체적인 공시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지정된 대기업집단의 연간 현황 공시는 다음달 말까지 이뤄져야 한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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