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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치솟은 유가, 한국경제 곳곳 적신호

등록 2022-05-08 08:59수정 2022-05-08 10:25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알기 쉬운 금융 이야기 l 국제유가 급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주유소의 경유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3월27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주유소의 경유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3월27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2021년 가을 리터(ℓ)당 1500원 수준이던 휘발유 가격이 2022년 들어 2천원을 훌쩍 넘어서는 등 천정부지로 솟았다. 경유 가격도 급등하면서 화물운수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름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 국제유가 상승이 생산과 소비자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 급등은 수급 불균형과 지정학적 리스크, 투기성 자금 유입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위축됐던 경기가 백신 공급 확대 등으로 빠르게 회복하면서 원유와 석유 제품의 수요가 늘어났다. 지구촌 차원에서 에너지원별(2020년) 소비를 보면 석유가 31.2%를 차지한다. 석탄(27.2%), 천연가스(24.7%), 수력(6.9%), 원자력(4.3%) 등이 뒤를 따르고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되는 태양열과 풍력 등은 5.7%에 불과하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상승 요인

공급 측면에서도 유가 상승 요인이 있다. 2020년 국제유가가 30% 이상 하락하면서 감소(-6.1%)했던 글로벌 원유 생산 회복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 석유 생산의 12%가량을 차지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것도 또 하나의 상승 요인이 됐다.

석유는 매장이 일부 지역에 국한돼 중동, 미국, 북유럽 국가에서 주로 생산된다. 현물과 선물 등의 거래 시장이 형성돼 있다. 중동 지역에서 생산돼 거래되는 두바이유(32%)가 가장 대표적 유종이다. 이 밖에 미국 서부 텍사스 지역과 캐나다 등에서 생산돼 거래되는 WTI유(26%), 유럽 북해 지역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19%) 등이 있다. 생산 비중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18%), 사우디아라비아(12%), 러시아(12%), 캐나다(6%), 이라크(5%) 등의 순이다.

이렇게 생산된 석유는 중국(14%), 인도(5%), 일본(4%), 한국(3%) 등 아시아 국가에서 36%가량을 소비한다. 미국(20%) 등 북미 지역에서 24%, 러시아(3.3%), 독일(2.3%) 등 유럽에서 19%, 사우디아라비아(4%) 등 중동 지역에서 9%가량 소비한다. 석유 소비는 자동차·항공·선박 등 수송용으로 60%, 석유화학 17%, 산업용 에너지 7%, 가정용 에너지 6% 등으로 활용된다.

원유 선물시장은 유가 변동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1983년 뉴욕상업거래소(NYMEX, WTI유), 1988년 런던 대륙간거래소(ICE, 브렌트유), 2018년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INE, 두바이유 및 중국산) 등에서 선물시장이 개설돼 거래되고 있다. 뉴욕과 런던에서 대부분 거래되는 과점체제다. 원유 선물은 리스크 상쇄 수단으로 개설됐으나 풍부한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거래량이 세계 전체 원유 수요(1억 배럴)의 수십 배를 넘어섰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고수익을 노린 투기 거래가 늘어난 것도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가격이 상승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기에 국제유가 변동은 늘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휘발유(전년 동기 대비 27.4%), 경유(37.9%), 등유(47.1%) 등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 공업제품(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약 35%)도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물가가 급등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에도 물가가 계속 오르는 현상)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는 소비자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나름의 대응책을 발표했다. 2021년 11월부터 20% 내린 유류세를 2022년 5월부터는 역대 최대 수준인 30%로 더 낮췄다. 휘발유 ℓ당 약 820원(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 주행세 138원, 교육세 79원, 부가가치세 10% 등)의 유류세를 부과하는데, 유류세를 30% 인하하면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ℓ당 250원가량 낮아지는 것이다. 영업용 화물차나 버스, 연안 화물선 등 대중교통·물류 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경유에도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민 생계지원을 위해 택시·소상공인 등이 주로 이용하는 차량용 부탄(LPG)도 세금을 3개월간 감면한다. 한국은행은 2021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0.5% → 1.25%) 올렸다.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크다.

중장기 원유 의존도 낮춰야

미국 등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은 최근 비축유 방출을 추진한다. IEA 회원국은 2022년 3월 6천만 배럴 비축유 방출에 합의한 데 이어, 4월에는 1억2천만 배럴의 비축유를 추가 방출하기로 결의했다. 우리나라도 미국(6천만 배럴)과 일본(1500만 배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인 1165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8.5% 올라 1981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 당국과 한국은행은 고유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에너지 확충 등을 통해 원유 의존도를 낮춰가야 할 것이다.

김용 금융전문가 goldhead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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