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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 연준의 통화정책 실패, 한국 일용직 노동자의 고통이 되다

등록 2022-05-09 08:59수정 2022-05-09 09:29

한은·연준 재량적 통화정책, 사람들 눈에 잘 안띄지만
물가·환율·금리 작동경로는 주로 취약계층에 파급 집중
서민가계 이자부담 늘고, 임시일용직 임금·실업 고통↑
은행, 금리인상기 작년 8월부터 중소기업 대출 꺼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은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은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말 한국은행이 내놓은 경제전망보고서는 “코로나 기간 중에 누적된 가계저축이 감염병 확산세가 진정된 이후 민간소비의 빠른 회복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작년 상반기 2.4%(전년동기대비)였던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 상반기에 3.9%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억눌려온 소비가 다시 분출하는 ‘펜트업 소비주의’가 세계 경제에 또 한번 “포효하는 2020년대”를 구가하도록 이끌 거라는 국내외 모두의 부푼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었다. 1918~1921년 스페인 독감 직후에 10여년간 전세계적으로 나타났던 이른바 ‘소비주의 열풍’이 100년 만에 다시 찾아오리라는 낙관이었다. 그런데 이런 희망이 지난 한두달 사이에 갑자기 꺼지고, 미국 금리인상 ‘빅 스텝’(0.5%포인트 인상)과 인플레이션 공포 속에 이제는 돌연 탄식과 불안으로 바뀌고 있다.

미 연준 통화정책 실수…한국경제 ‘유탄’ 맞아

한국 경제도 갑작스러운 고물가, 고환율 충격에 동요하고 있다. 정책금리도 지난해 8월부터 4차례 연속 인상된 데 이어 5월을 포함해 연내 서너차례 추가 인상을 시장은 점친다. 경제를 덮쳐온 물가·환율·금리 요동의 요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봉쇄정책, 전세계 가치사슬 공급망의 구조적 재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코로나 대응 통화정책 실수가 지목되기도 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위원 7인)의 한 위원은 “최근 경제변수 변동에는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하지만, 무엇보다도 미 연준이 코로나 대응 통화정책에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환율이 급등하고 그에 따른 (수입)물가 앙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유럽 등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물가전망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적절한 인플레이션 대응 시기를 놓쳤고, 원-달러 환율 급등도 연준이 이제 와서 부랴부랴 정책금리를 과도하고 빠른 속도로 올리면서 파생되고 있는 ‘유탄’에 가깝다는 탄식이다.

세금과 달리 통화정책결정은 중앙은행이 재량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라서 사람들의 눈에 잘 포착되지 않고 국민들이 감시·견제·저항하기도 힘들다. 물가·환율·금리 같은 거시 가격변수는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동하고 국내 모든 경제주체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다른 사회경제정책들이 그렇듯이, 미국 연준 및 한국은행 금통위의 통화정책결정에 따른 물가·환율·금리 변동은 고임금 노동자와 저임금 종사자, 가계소비자와 기업, 저축자와 채무자, 또 국가와 국민 등 부문·계층별로 차별적이고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손실을 입는 자와 수혜자로 처지가 달라진다.

세 지표가 급등할 때 주로 사회경제적 시장 취약계층에 가장 빠르고 또 넓게 부정적 영향이 파급되는 경로를 밟게 마련인데, 이는 외환위기 등 역사적 경험이 입증한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높은 환율은 구매력 등 실질가치 측면에서 임금노동자, 일반 소비자, 가계저축자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앗아 수출 대기업, 부채가 많은 기업 등을 도와주는 보조금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경제적 관점에서 성장이 내려가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진다는 건 인간적 측면에서 볼 때 서민들의 소득이 내려가고 곤경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높은 서민대출 이자부담 누증

한은은 2021년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1742조4천억원)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3조2천억원, 6조4천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도 289만6천원에서 각각 305만8천원, 321만9천원으로 16만1천원, 32만2천원씩 뛴다는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과 4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1.00%포인트 인상한 데 따른 1인당 연간 이자 부담 증가액은 64만4천원 정도다.

코로나 기간 중에 자영업자와 임금노동자들은 매출·소득이 급감하면서 가계 대출을 급속히 늘렸다. 가계신용(가계대출 및 판매신용) 잔액은 2021년 말 1862조1천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34조1천억원 증가했다. 2020년에도 가계대출 증가액은 전년말보다 127조3천억원 증가해, 코로나 2년 동안 총 261조4천억원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외에,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기타대출’(생활자금이나 주식투자 수요 등) 금액은 코로나 기간 증가액이 약 77조원(2020년 43조8천억원, 2021년 33조원)에 이른다. 이 기타대출 중에서도 취약층이 이용하고 금리가 높은 편인 비은행금융회사(상호금융 등)에서 개인·가계가 빌린 돈은 코로나 2년간 30조원에 이른다. 상호금융회사의 가계자금 대출금리(일반신용대출 신규취급액 기준, 금액규모별로 가중평균)는 3월에 연 4.39%였다.

정책금리가 인상될 때 은행들은 예금금리보다는 대출금리를 더 높이는 경향이 있다. 여수신금리(대출잔액 기준)는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금리변경 주기에 따라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완만하게 상승하는데, 2021년 8월과 11월에 금리를 총 0.5%포인트 인상한 이후 2021년 12월~2022년 1월 중 은행 대출금리는 16bp(1bp=0.01%포인트), 수신금리는 11bp 높아졌다. 지난해 8월 이후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금리는 1.0%포인트 안팎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에 잔액 기준 가계대출금리 상승폭은 신규취급액 상승폭의 30~40%대에 그친다는 분석도 있으나, 한은은 “전체 가계대출 잔액에서 변동금리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다. 잔액 기준 금리는 해당 대출액에 대한 금리변동 주기에 따른 시차 문제로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보다 느리게 움직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잔액 기준 대출금리도 금리인상 경로를 따라 점차 금리인상분이 반영되면서 높아지게 될 거라는 얘기다.

금리 오르자 중기대출 불리해져

명목임금은 상용직 노동자의 경우 경기회복에 따른 상여금 지급 확대로 지난해 ‘특별급여’가 연간 14.3%(전년동기대비) 오르면서 작년에 4.7% 올랐다. 하지만 연준발 정책금리 인상으로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경제가 하강에 들어설 공산도 커져 올해 임금 상승세는 주춤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물가상승이 임금상승을 이끄는 효과가 시작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대기업 고소득층 임금에서만 관찰될 뿐이다. 임시일용직 취약계층일수록 물가 부담과 고통을 더 크게 짊어지게 된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영향으로 임시일용직 임금은 연간으로 2019년 6.2% 올랐으나 2021년에는 상승률(3.9%)이 상용직 임금상승률(4.7%)보다 낮았다. 금리충격발 경기 위축으로 임시일용직은 다른 집단·계층에 견줘 실직 고통에도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된다.

기업부문의 취약층인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보면, 기준금리가 인상 국면으로 뒤바뀐 작년 3분기부터 국내 은행들의 기업대출 태도가 달라졌다. 2019년 1월 이후 분기마다 중소기업 대출 확대 의향이 대기업 대출보다 강했으나, 작년 3분기에는 중소기업 대출을 큰 폭으로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더니 올해 1분기에는 역전(2월 전망)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소기업 대출 기준을 더 엄격히 운용하거나 대출 조건을 불리하게 적용하는 기조를 보이는 것이다. 더욱이 중소기업, 임시일용직, 취약층 가계는 흔히 서로 겹치고 얽혀 있는 터라 고통은 가중된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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