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경동 소속 경동원이 계열사인 경동나비엔의 가격경쟁력 유지·강화를 위해 외장형 순환펌프를 저가로 거래한 행위와 관련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부과 결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동그룹 소속 경동원과 계열사인 경동나비엔이 과징금 36억8천만원을 내게 됐다. 10년이 넘게 경동원이 경동나비엔에 정상가격보다 30%가량 싼값으로 외장형 순환펌프를 판매한 행위가 적발된 데 따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경동원과 경동나비엔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각각 24억3500만원, 12억45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설명을 종합하면, 경동원은 2009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경동나비엔에 외장형 순환펌프를 저가에 공급했다. 외장형 순환펌프 거래 가격은 기업집단 경동의 ‘공통부서’에 해당하는 경동나비엔 소속 기획팀 등에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동원이 경동나비엔에 납품한 외장형 순환펌프 가격은 매출원가는 물론이고 변동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판매 가격에서 변동비를 제외한 공헌이익이 0보다 낮아, 통상 이런 경우 기업들은 생산 중단을 검토한다. 실제로 2017년 4월 경동나비엔 기획팀이 작성한 내부문서에서도 경동원의 손익 악화 문제와 함께 납품가 현실화 필요성이 거론돼 있다. 그러나 국세청 조사가 시작된 2019년 4월 전까지 저가 지원이 이어졌고, 공정위는 그 결과 “경동원은 약 51억원의 영업손실을 부담했고, 경동나비엔은 최소 51억원의 이익을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경동원이 손실을 떠안으면서까지 저가 거래로 경동나비엔을 지원한 것은,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에서 경동나비엔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점유율을 유지 또는 확대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은 기름보일러 시장이 축소되며 경동나비엔, 윌로펌프, 귀뚜라미, 한일전기사업자 등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다. 또 다른 회사의 외장형 순환펌프로 대체하기 쉬어 가격 경쟁력이 주요 경쟁 요소로 꼽힌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경동원의 지원행위가 없었다면 경동나비엔은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에서 상당한 영업손실이 발생하거나, 가격경쟁력이 악화해 판매를 중단·축소할 개연성도 있었다”며 “계열회사 간 내부시장이 공고해지면서 경동나비엔은 시장점유율을 확대했고, 경쟁 사업자의 사업 기회와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이 봉쇄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저가 거래 지원이 있었던 2018년 경동나비엔의 외장형 순환펌프 부분 영업이익은 약 3억3500만원이었고,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점유율은 2000년 8.8%에서 2018년 11.9%로 커졌다. 그러나 지원이 종료된 2019년 경동나비엔은 외장형 순환펌프 부분에서 약 3억8200의 영업손실을 냈고, 2020년에는 영업손실이 약 5억3400만원으로 더 커졌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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