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기업 티몬 직원 조승현씨가 19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세화 해변 주변 질그랭이센터에서 원격 근무를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업들의 워케이션 수요를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기업 유치에 준하는 유입 인구를 늘리기 위한 대책으로 워케이션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워케이션 비용을 지원하거나 근무시설과 관광지가 결합한 ‘워케이션 특화 마을’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도를 비롯해 부산광역시, 강원도 속초·동해시, 전남 목포·여수시, 경남 남해군 등이 워케이션을 시행하려는 기업 유치를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다. 제주도는 코로나19 일상회복에 맞춰, 지난해 말부터 서귀포시에 디지털 원격 사무 공간 ‘아일랜드 워크 랩스(Island Work Labs)’를 시범운영하는 등 워케이션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도 관할 읍 단위 지역 중 인구 감소가 빠른 곳들을 골라 지자체 예산과 지방소멸 대응 기금을 들여 ‘워케이션 마을’을 조성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전남은 올 초 목포·여수·강진 등을 워케이션 최적지로 선정해, 해당 지역 숙박시설과 관광지·음식점을 연계해 홍보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역 마을 공동체들도 워케이션 수요 잡기에 뛰어들었다. 제주 세화마을협동조합이 세화 해변 앞 유휴 건물을 공유오피스와 숙박시설, 카페로 꾸민 질그랭이센터를 연 게 대표적이다. 양군모 마을 프로듀서(PD)는 “다양한 사람들이 마을을 찾아 주는 것만으로 지역과 상권에 활기가 돌아 공유오피스 이용료를 받지 않고 있다”며 “워케이션 방문객이 늘 것에 대비해 유휴지에 추가로 건물을 짓는 계획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워케이션 직원들을 위한 공유오피스와 카페, 숙소 등이 갖춰진 세화 질그랭이센터 전경.
워케이션에 필수적인 공유사무실과 숙박시설 서비스 등을 연계해 제공하는 전문 컨설팅 기업도 등장했다. ‘더휴일’은 관광 선호도가 높은 제주도, 부산시, 남해군 등에 공유사무실과 숙소가 결합된 웨케이션 센터를 짓는 등의 방법으로 엔데믹 이후 기업 20여곳의 워케이션 사업을 중개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이같이 적극적인 이유는 워케이션 유치가 지방소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지방의 상주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워케이션 제도의 활성화로 유동인구가 늘어날 경우 기업 유치에 준하는 인구 유입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일본에선 2017년 이후 정부가 기업들에 워케이션을 장려·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해 남부 와카야마현이 워케이션 성지로 주목받아 지역경제가 되살아난 사례도 있다.
고태호 제주지역균형발전센터장은 “좋은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외곽 마을을 발굴해 공유오피스 등 워케이션 인프라를 갖추는 것만으로 기업을 유치하는 것과 비슷한 생활인구(상주+유동 인구) 증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주말과 성수기, 일부 명소에 집중된 관광수요와 달리, 도심 외곽의 주중 유동인구를 늘릴 수 있는 워케이션 유치가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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