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증권사들도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매수할 때 적용하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속속 올리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와 각 증권사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디비(DB)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이 오는 6월2일 신규 매수분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일부 인상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융자 기간 7일 이내의 이자율을 연 4.50%에서 4.75%로 올린다. 8∼15일(7.00%→7.25%)과 16∼30일(7.40%→7.65%) 이자율도 0.25%포인트씩 높인다.
디비금융투자는 이자율을 전 구간에 걸쳐 0.2%포인트씩 인상한다. 융자 기간 91∼350일에 적용하는 이자율은 9.71%로 올라 10%에 육박하게 된다. 90일 이내 이자율도 5.38∼9.28%로 높아진다. 메리츠증권의 신용융자 이자율도 기간에 따라 기존 5.81∼8.80%에서 5.91∼8.90%로 상승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승장을 이끈 ‘유동성 파티’가 막을 내리고 각국 중앙은행마다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말에 2.25∼2.5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증권사는 대개 신용융자 금리를 설정할때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이나 기업어음(CP) 금리 등을 기본으로 한 뒤 여기에 가산금리를 얹는 방식을 취한다. 시디 91일물 금리는 한은이 코로나발발 이후 기준금리를 처음 인상하기 직전인 작년 8월 하순 연 0.77%에서 현재 1.96%로 뛰었다. 코로나19 이후 저금리 기조에 많은 개인 투자자가 빚을 내 주식을 샀으나, 이제 이자 부담과 하락장이 맞물려 신용거래에 대한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감소하는 양상이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6일 기준 21조6652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23조886억원)보다 1조4천억원가량 줄었고,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작년 9월13일(25조6540억원)에 견주면 4조원가량 감소했다.
국내 증시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주식 ‘반대매매’ 규모는 3년새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6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하루 평균 16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79억원)의 2배 이상 수준이다. 미수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사흘 뒤 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외상으로 산 주식(미수거래)의 결제 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거래다. 하루 평균 반대매매 규모는 지난 3월 148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달 156억원, 이달 171억원으로 계속 늘고 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