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는 재직기간 3년 이하, 평균 나이 27세인 젊은 직원 13명으로 구성된 ‘플러스 체인저’를 조직했다. 이들은 매달 정례회의에서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행동 과제를 제안한다. 홈플러스 제공
롯데백화점은 지난 16일부터 진행 중인 ‘2022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에서 채용 프로세스를 전면 개편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엠제트(MZ) 세대 면접관’ 제도 도입이다. 기존에는 실무면접에서 10년차 이상 차장·과장급 간부사원 2명이 면접자 1명씩을 평가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이번 상반기 채용부터는 3~5년차 사원이 1명씩 추가 배치돼 3명 1조로 평가를 진행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3~5년차는 일반 담당 사원이나 대리 초년급 정도로 2030세대를 대표한다”며 “엠제트 세대의 시각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를 선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업무에 임하는 엠제트 세대 면접관 총 50여명을 선발해 현재 실무면접 투입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유통업계가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엠제트(MZ) 세대를 겨냥한 상품 기획과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기업문화를 이끌 2030 중심 사내 조직을 속속 조직하고 있다. 단순히 사내외 엠제트 세대와 소통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2030으로 이뤄진 사내벤처팀을 만들거나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갈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고, 나아가 2030세대를 면접관으로 투입하기도 한다.
롯데백화점은 2022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때 2030 면접관을 배치한다. 약 50여명의 이들 면접관은 “함께 일하고픈 직원”을 선발한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신입사원 모집을 위한 메타버스 화면. 롯데백화점 제공
씨제이제일제당은 최근 엠제트 세대 직원 6명으로 이뤄진 사내벤처 ‘푸드업사이클링’이 전문 브랜드 ‘익사이클’을 론칭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사내벤처 1호로 선정된 이들 6명은 자신들만의 사업 아이디어를 담은 ‘익사이클 바삭칩’을 지난 9일 와디즈에 펀딩했다. “가치 있게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식품 부산물을 즐겁게 활용하겠다”는 사업 비전을 바탕으로 포장재는 쓰고 버린 페트병을 활용하는 등 친환경적 가치도 담았다. 씨제이제일제당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정식으로 엠제트 세대가 많이 찾는 유통채널에 입점하고, 7월 중에는 팝업스토어도 열 계획”이라며 “익사이클 바삭칩은 직원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는 수평적 조직문화 속에서 탄생했다는데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지에스(GS)리테일 역시 엠제트 세대의 아이디어를 모아 신상품을 개발하는 ‘갓생기획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갓생기획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위해 팀장을 없앴다. 이 프로젝트는 실제 상품 개발로도 이어졌다. 엠제트 세대에게 인기 있는 도넛 브랜드 노티드와 협업해 만든 ‘노티드 우유’는 한 달 만에 200만개 이상이 판매됐다. 이 밖에도 틈새오모리김치찌개라면, 팝잇진주캔디 등 60여개가 넘는 ‘갓생기획’ 브랜드 상품이 출시돼 누적 판매고가 천만개를 넘기기도 했다. 지에스리테일은 이런 인기에 힘입어 지난 21일 서울 성수동에 ‘갓생기획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지에스리테일 쪽은 “갓생기획 상품이 호응이 좋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기로 했다”며 “팝업스토어는 브랜드와 상품을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 2030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에스(GS)리테일은 엠제트 세대의 아이디어를 모아 신상품을 개발하는 ‘갓생기획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사진은 성수동에 문을 연 갓생기획 팝업스토어. 지에스리테일 제공
홈플러스는 엠제트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평균나이 35.4살’의 ‘엠제트 세대 바이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5년 전과 견줘 3.6살이 어려졌다. 이들이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주도하면서 온라인 매출은 5년 전보다 120% 뛰었다. 이들은 ‘설빙 인절미순희 막걸리’ 등을 기획해 ‘대박’을 터뜨렸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홈플러스는 엠제트 세대를 주축으로 조직문화 혁신에도 나섰다. 재직 기간 3년 이하, 평균 나이 27살인 젊은 직원 13명으로 구성된 ‘플러스 체인저’는 매달 정례회의에서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행동 과제를 제안한다. ‘컬처 앰배서더’는 플러스 체인저가 제시한 과제의 실천과 운영을 독려한다.
임직원 평균 연령이 29살로, 전체 임직원 가운데 95%가 2030세대인 씨제이(CJ)올리브영은 업무일정과 개인 상황을 고려해 자유롭게 근무하는 ‘선택근무제’를 전면 도입했다. 시행 초기지만 10명 가운데 6명(58.9%)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그뿐만 아니다. 외부 미팅이나 중요 회의가 없는 날은 후드티나 반바지, 샌들 차림으로 출근할 수 있는 자율복장제 역시 적극 권장하고 있다. 디지털사업부 내 개발팀을 중심으로 4명 단위 스쿼드로 헤쳐모여를 반복하는 애자일(민첩·재빠른)한 조직 운영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씨제이제일제당 사내벤처 1호 ‘푸드업사이클링’은 첫 결과물인 ‘익사이클 바삭칩’을 지난 9일 와디즈에 펀딩했다. 씨제이제일제당 제공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 소비층인 엠제트 세대는 엠제트 세대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상품의 기획·판매 등 전 단계에서 젊은 사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구조가 필수적”이라며 “각 기업이 2030을 주축으로 한 프로젝트 조직을 꾸리고, 젊은 감각에 맞게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는 것은 이런 노력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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