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화물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수출 호조세 속에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무역적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3% 늘어난 615억2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입은 더 큰 폭으로 뛰어 32.0% 증가한 632억2천만달러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7억1천만달러 적자였다.
올해 들어 무역수지는 1월 적자를 보였다가 2~3월 흑자로 돌아섰고 4월부터 다시 적자로 전환됐다. 당초 3월 수출입 잠정 수치 발표 당시 무역수지는 1억4천만달러 적자로 발표됐지만, 최근 확정치는 2억1천만달러 흑자로 바뀌었다. 이에따라 5월까지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78억달러에 달했다.
수출 실적은 5월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이며, 월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인 올해 3월(638억달러)에 이어 2위 실적이다. 하루 평균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24억2천만달러)에 견줘 10.7% 늘어난 26억7천만달러로 기록됐다. 5월까지 누적 수출은 2926억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기존 최고 기록은 지난해 1~5월의 2484억달러였다.
이런 수출 증가세를 웃돈 수입 급증은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달(80억달러)보다 67억5천만달러 늘어난 147억5천만달러로, 수입 증가세를 주도했다. 수입은 지난해 6월 이후 12개월 연속 증가율에서 수출을 앞질렀다.
품목별 수출을 보면, 반도체·석유화학 등 15개 주요 품목 모두 증가세를 기록했고, 9개는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9대 주요 지역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등을 포함한 시아이에스(CIS)를 뺀 8개 지역 수출이 모두 증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에 대한 수출은 각각 59.4%, 80.7% 줄었다.
수출이 활기를 띠는 중에 나타난 무역적자 흐름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여겨진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이번을 포함해 모두 5차례 나타난 무역적자 시기 중 견조한 수출 호조세 속에서 무역적자를 기록한 건 올해가 유일하다. 2003년, 2008~2009년, 2012년, 2020년 중에 나타났던 무역적자는 모두 수출 감소에서 비롯됐던 것에 견줘 대조적이다.
올해 무역적자는 경기변동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무역협회는 분석하고 있다. 작년부터 확산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유·구리·아연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가 급등으로 원유 수입액이 급증했고, 친환경·저탄소 수요 확대로 천연가스 수입 또한 크게 늘었다. 공급망 병목으로 소진된 재고를 채우기 위해 국내 제조기업들이 수입을 늘린 것도 총수입 확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주요 교역 상대국의 성장률 둔화에 더해 고금리·고물가로 수출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나간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최근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를 비롯한 높은 수준의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이어지면서 무역적자가 2개월 연속 발생하는 등 적자 지속에 대한 우려가 확대돼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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