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붙여놓은 가격표. 연합뉴스
원자재가격 및 생산자물가 상승에다 업황 부진까지 겹쳐 도·소매·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기업 및 자영업의 지난 1분기 ‘운전자금’ 대출잔액이 지난해 말보다 42조원이나 크게 증가했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예금취급기관(은행·비은행)의 산업별 대출금 현황을 보면, 전 산업에 걸쳐 대출금 잔액은 1644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63조9천억원 늘었다. 지난해 4분기 때는 직전 분기 대비 증가폭이 50조1천억원이었다. 전분기 대비 13.4% 증가한 것으로, 증가폭은 역대 두번째 규모(최고치 2020년 2분기 69조1천억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 현황
지난해 4분기 대비 증가폭은 산업별로 제조업(+2.8조원→+13.2조원)과 서비스업(+40.4조원→+46.4조원) 모두 크게 증가했다. 대출자금 용도별로 증가폭은 시설자금(+19.2조원→+22.0조원)과 운전자금(+30.8조원→+41.9조원) 모두 크게 확대됐다. 운전자금은 임금·이자 지급, 원재료 매입 등을 목적으로 실행된 통상 1년 이내 단기 대출이다. 한은은 “글로벌 공급차질 심화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지속,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대형마트·면세점, 숙박·음식점 업황 악화에 따라 단기 운전자금을 대출하려는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종을 세부적으로 보면, 도·소매업 대출금 증가폭은 지난해 4분기 +10.5조원에서 지난 1분기 +11.8조원으로 늘었다. 대형마트·면세점의 업황 부진 영향 등이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숙박·음식점업도 증가폭이 +1.9조원→+2.5조원으로 늘었는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업황 악화에 따라 법인기업 및 개인서비스업의 운전자금 대출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생산자물가 상승도 운전자금 대출 급증의 요인이다. 생산자물가 지수 중에 물가변동의 파급과정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 공급(국내출하·수입)되는 상품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한 국내공급물가지수는 4월에 원재료(3월 대비 10.7%)·중간재(1.7%)·최종재(0.8%)가 모두 올라 전월대비 2.3%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5.3% 상승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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