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국외법인 손실누락 자기자본 부풀려
증시 소문→공시 요구→답변…자진공시 여부 논란
증시 소문→공시 요구→답변…자진공시 여부 논란
효성이 3500억원대 규모의 과거 분식회계 사실을 실토했다.
효성은 23일 조회공시 답변에서 “1998년 효성물산 등 4개사 합병 때 효성물산 국외 판매법인의 손실이 누락되면서 자기자본 3511억7400만원 규모의 회계처리 오류가 있어 이를 정정한다”고 밝혔다.
효성은 회계처리 오류는 98년 합병 이전에 발생한 것이지만, 최근 5년간 재무제표에 비교 표시하도록 돼 있어 이를 2001년 이후 회계장부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효성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1조6971억원에서 1조3459억원으로 정정되는 등 5년간 모두 3511억7400만원이 과다계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도 2001년 547억원 이익에서 225억 손실로 정정되는 등 5년간 모두 1525억4500만원의 손실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효성 주가는 분식회계 소식으로 11.18%나 추락해 1만3500원으로 마감했다. 유영국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 효성 주가가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데는 회계 불투명성도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이번 공시는 내년 집단소송제 발효에 대비한 것으로 보이며 뒤늦게나마 잘못을 시인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날 효성의 공시가 자진공시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효성의 공시는 이날 오전 증시에서 ‘효성 분식회계설’이 나돌자 증권선물거래소가 이에 대해 조회공시 요구를 한 직후에 나왔기 때문이다.
효성 쪽은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과거의 불투명한 부분을 모두 털고 가자는 취지에서 이를 준비해 애초 24일에 자진공시를 하려고 했다”며 “증시에서 소문이 도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자진공시일 경우에는 감리가 면제되지만, 비자발적 공시일 경우에는 감리 착수가 가능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초 증권 집단소송제가 실시됐지만, 2006년 말까지 기업이 과거 분식을 자발적으로 수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감리를 면제해주기로 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회공시 요구가 나온지 20분만에 공시가 나온 점을 보면 효성이 사전에 자진공시를 준비한 것 같다”며 “정확한 정황을 파악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김진철 박현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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