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6일 통화정책방향 기자설명회를 하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은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한은이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외부와의 소통에도 소극적이며 너무 조용하다는 평가가 있다. 한은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정책적 함의나 대안 제시가 불러올 논쟁을 피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해보자”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아침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있는 한은 본부에서 개최한 ‘한국은행 창립 제72주년’ 기념사에서 “한국은행은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현황에 대한 단편적, 기술적 분석으로만 끝내려는 경향은 없었는지 자문해 봅시다”라며, “수요자가 원하는 내용을 엄밀히 분석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만 한국은행이 정책당국으로서뿐 아니라 국가경제 싱크탱크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은이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외부와의 소통에도 소극적이며 너무 조용하고, 변화에 둔감하다는 평가와 지적을 받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 모두가 ‘수직적 내부지향적 조직문화’를 ‘수평적 외부지향적 조직문화’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글로벌 물가상승 압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국의 경기둔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가속화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어, 향후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가 더 커지면서 통화정책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상화 속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더 이상 우리가 선제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를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리인상으로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겠지만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정책운용의 민첩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유연성도 함께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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