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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시청률 떨어지는데 수수료 눈덩이…‘라이브 커머스’로 몰리는 홈쇼핑

등록 2022-06-19 09:17수정 2022-06-20 02:19

CJ온스타일 ‘브티나는 생활’ 롯데 ‘랜선뷰티’ 등
TV 벗어나 ‘라이브 커머스’로 활로 찾는 홈쇼핑
송출수수료 급증 작년엔 방송매출액 60% 육박
“공멸 위기…산정기준 조정 위해 정부 나서라”
씨제이온스타일의 대표 라이브 커머스 방송 ‘브티나는 생활’의 한 장면. 씨제이온스티일 제공
씨제이온스타일의 대표 라이브 커머스 방송 ‘브티나는 생활’의 한 장면. 씨제이온스티일 제공
“안녕하세요~‘브티나는 생활’의 브티나는 남자, 오늘은 브라이언 어린이입니다~ 오늘은 한샘의 샘키즈로 찾아왔는데요. 가격 정말 좋습니다. 아이들 침대, 가구, 수납장까지, 이 정도 가격이면 저도 빨리 애를 낳을까 싶네요.”

미혼남 브라이언이 키즈 가구를 판매한다. 중간중간 막춤을 선보이며 시선을 끌고, “아! ○○님, 제가 점점 더 어려진다고요? 감사합니다”라며 실시간 댓글을 올린 고객과 소통도 한다.

이달 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씨제이(CJ)온스타일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프로그램 ‘브티나는 생활’에서 펼쳐지는 장면이다. 가수 브라이언의 이름을 내건 이 라이브 방송(라방)에서는 살림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브라이언이 전문 쇼호스트와 함께 출연해 선풍기, 유산균, 의류, 닌텐도 게임기, 책상, 냉동만두 등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상품을 소개한다. 지난 3월 시작한 이 라방은 일주일 만에 시청 수 45만회, 판매액 25억원을 달성해 화제를 모았다.

지에스샵 라이브 커머스 ‘샤피라이프’ 방송 장면. 지에스샵 제공
지에스샵 라이브 커머스 ‘샤피라이프’ 방송 장면. 지에스샵 제공
성장 둔화기에 들어선 홈쇼핑들이 ‘라이브 방송’ 등 모바일로 활로를 찾으며 본격적인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홈쇼핑 시청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눈덩이처럼 불어난 송출수수료의 압박에서 벗어날 돌파구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이들은 모바일 등 신사업에 나서면서 한편으로는 송출수수료에 대한 정부의 중재를 요구하고 있다.

씨제이온스타일 뿐만이 아니다. 지에스(GS)샵도 라이브커머스 제작 대행 서비스 ‘문래라이브’ 사업에 나섰다. 필립스와 피앤지(P&G) 등 브랜드 고객사를 확보하고 콘텐츠 기획·연출·영상아트·진행·채팅지원 등 라이브커머스와 관련한 모든 영역에서 사업을 대행한다. 롯데홈쇼핑 역시 지난달 연예·드라마 전문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와 손잡고 뷰티 예능 ‘랜선뷰티’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이어 지난달 엔에프티(NFT·대체불가능능토큰) 마켓플레이스 ‘엔에프티 숍’을 오픈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가상 모델 루시를 내세운 ‘루시 세상과 만나다’ 엔에프티를 선보였다. 현대홈쇼핑은 제주도 현지까지 가서 라이브커머스 ‘싱싱라이브’를 통해 오설록 녹차 케이크, 감귤, 초당 옥수수 등 특산물을 판매하는 등 힘을 쏟고 있다.

씨제이온스타일 관계자는 “지난 5월 라이브커머스 주문 금액과 방문 고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두 배 이상 증가했고, 론칭 1년 만에 주문금액 1천억원, 누적 시청 수 가 2천만을 넘겼다”며 “티브이 쪽은 40대 이상이 주요 시청층이라서 2030 젊은 고객을 잡기 위해 라이브 방송이 필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 싱싱라이브. 제주도에 직접 가서 특산물을 판매하는 방송을 하기도 한다. 현대홈쇼핑 제공
현대홈쇼핑 싱싱라이브. 제주도에 직접 가서 특산물을 판매하는 방송을 하기도 한다. 현대홈쇼핑 제공
이렇게 홈쇼핑 업계가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 나서는 배경에는 해마다 늘어나는 송출 수수료 문제가 자리한다. 송출 수수료는 티브이홈쇼핑업체가 유료방송사업자(아이피티브이·위성방송·케이블티브이)에 지불하는 비용이다. 홈쇼핑 업계는 시청률이 높은 지상파와 인접한 ‘황금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때문에 티브이 홈쇼핑 성장세는 정체기에 들어섰음에도, 송출 수수료는 매년 오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2021년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를 보면, 홈쇼핑 매출 대비 송출 수수료 지급 비율은 2012년에는 28.8%에 불과했지만, 2015년 35.2%, 2018년 46.8%, 2020년 53.1%에 이르렀고, 지난해엔 58.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쇼핑이 번 돈의 60%를 방송사업자가 가져간다는 뜻이다. 전체 홈쇼핑 12개사(홈쇼핑 7개사+티커머스 5개사)가 지난해에만 2조2508억원의 송출 수수료를 지급했는데, 이는 전년(2020년)보다 11.2%(2274억원) 증가한 규모다.

자료: 방송통신위원회
자료: 방송통신위원회
티브이홈쇼핑협회 황기섭 실장은 “티커머스를 뺀 티브이홈쇼핑 7개사의 지난해 방송사업 매출은 2020년에 견줘 771억원(2.5%) 감소했음에도 송출 수수료는 두 자릿수(11.2%)가 증가했다”며 “채널 번호를 놓고 매년 경매를 하듯 송출 수수료를 올리고 있는데, 정부는 사업자끼리의 문제라고 손을 놓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렇다고 티브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 보니 업계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홈쇼핑 업계가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 앞다퉈 나서고는 있지만, 아직 티브이 매출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티브이 홈쇼핑은 주로 40대 이상 여성층을 공략하는데, 이들은 높은 구매력을 가지고 재구매율도 높아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홈쇼핑 매출 상위 품목 10위권이 모두 패션과 뷰티 아이템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씨제이온스타일 관계자 역시 “간편한 결제·배송·반품, 능숙한 쇼호스트의 상품 안내, 다양한 그래픽과 증강현실을 이용한 몰입감 등 티브이의 강점은 아직 많다”며 “라이브 커머스 방송은 아직까지 매출이 크지 않아 잠재 고객 유인책 정도에 그치고 있다. 특히 네이버 등 대형 플랫폼 라방과 경쟁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는 정부의 중재를 요구하고 있다. 황기섭 실장은 “임대료를 책정할 때에도 유동인구와 상가매출액을 동시에 고려하는데, 왜 송출 수수료는 유료방송 가입자 수만 기준으로 하고 홈쇼핑 매출액은 고려하지 않느냐”며 “업계에선 블랙아웃(방송중단)을 해서라도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홈쇼핑 편성의 70%가 중소기업 제품인데, 우리가 공멸한다면 중소기업 또한 주요 판로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송출수수료의 공정한 산정과 분쟁 조정을 위해 정부가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들 역시 과도한 송출수수료의 조정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고려대 미디어학부 김정현 교수는 “사업자들 사이의 문제로만 치부할 경우, 과도한 송출수수료가 결국 상품값에 반영돼 소비자 권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은 뒤 “상한제 등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홈쇼핑 사업자 전체의 순증이익을 절반으로 나눈 값 정도로 송출수수료 총액을 정한 뒤, 이를 벤치마크로 삼아 이해 당사자들이 상호 협상을 하도록 유도하고 분쟁이 발생할 땐 조정을 하는 식으로 정부가 사후 개입을 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겠다”고 제안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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