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설명회에서 물가안정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지난 15일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후 우리나라 통화정책 운용과 국내외 주식·채권시장 요동 현상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 흐름이 바뀔 때까지 물가 지표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어 “지금 금융시장은 미 연준의 큰 폭의 금리인상 결정과 국제유가 상승 등 새로운 정보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연 2%) 이상을 보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하고, 지속적인 물가 오름세에는 일단 ‘중립금리’(경제에 인플레이션도 디플레이션도 일으키지 않는 수준)까지 먼저 가는 통화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 상승 추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꺾일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금리 변동의 폭과 속도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7월 등 향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할 때 “물가 지표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물가가 국내 경제와 환율에 미치는 영향, 또 변동금리부 채권채무가 많은 상황에서 가계 취약층에 가해질 이자부담 등을 함께 감안하는 적절한 통화정책 조합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이후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 차이와 역전, 그리고 이에 따른 자본유출과 환율 변동에 대해서는 “통화정책당국이 양국 금리 격차 자체에만 매달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금융 여건과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했던 과거와 미 연준이 통화 긴축으로 돌아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그는 “금리 격차 숫자에 꼭 얽매일 필요는 없다. 지금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통화긴축을 따라가는 국면이다. 금리 격차가 한국만 그런 것인지 다른 나라도 유사한지 상황을 보면서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에 대해서도 “미국의 의사결정(정책금리 결정)에 따라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통화도 마찬가지로 변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만약 우리 국내 경제 원인으로 원-달러 환율에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외환당국이 교정하고 개입할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향후 물가에 대해서는 “미래 선물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가격으로 보면 올해 3분기에 (국내외에서)물가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은데,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미국경제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시장분석가들이 평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과연 성장률이 몇 % 아래일 때 경기 침체라고 명명할 것인지를 두고 여러 견해가 존재한다. 미국 경제가 빠르게 나빠지고 중국 경제도 둔화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연 2%) 이상을 보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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