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시세 전광판 앞.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가상자산 시장의 리스크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올해 들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지난달 말 1조3715억달러(약 1709조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보다 41%가량 줄었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위험자산 회피 경향이 짙어진데다 테라-루나 사태까지 발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13% 하락하는 동안 비트코인 시세는 31% 떨어졌다.
가상자산의 이런 변동성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미국 월가는 최근 가상자산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해왔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비트코인 옵션상품의 장외거래를 진행한 데 이어 비트코인 담보 대출도 제공했다. 모건스탠리와 제이피(JP)모건도 가상자산 펀드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보유가 금지된 국내에서도 지분 투자 등의 방식으로 접점이 생기는 추세다. 한화투자증권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분 5.97%를 들고 있다.
최근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의 그림자가 드리운 대출 플랫폼도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투자자들이 대출 플랫폼을 활용해 레버리지를 늘려온 탓에 하락장에 더욱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플랫폼이 담보로 잡아둔 가상자산을 급하게 청산하면서 가격의 연쇄 하락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실제로 주요 가상자산 시세가 급락한 지난달에만 최소 14억달러(약 1조8천억원)어치가 청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테라-루나 사태로 드러난 스테이블코인의 ‘코인런’ 리스크가 시장 전체를 흔들 위험도 있다는 평가다.
한은은 “(국내에서도) 암호자산시장과 금융시장의 접점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 보호 규제를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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