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2022년 6월)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이범호 비은행분석팀장, 임광규 안정총괄팀장, 이상형 부총재보, 이정욱 금융안정국장, 이대건 안정분석팀장. 한국은행 제공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는 최근의 가파른 시중 금리 상승과 주식·채권시장 발작, 경기 둔화 조짐에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정책 소멸까지 겹치면서 실물경제와 가계에 광범위하게 퍼질 부실과 취약성을 경고하고 있다. 가계의 부동산·주식 관련 대출 부실화,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 악화, 기업대출의 잠재 신용손실 증가 등이 대표적이다. 한은은 “요즘의 자산시장 가격 하방 위험과 연계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부실과 손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우선, 가계가 코로나 기간에 차입을 통한 자산투자에 대거 나서면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증가율과 주가 상승률 사이의 상관 관계(1에 가까울수록 높음)가 2012~2019년 0.16에서 2020~2021년 0.86으로 대폭 높아졌다. 주식시장 하락과 연계된 가계대출의 채무상환 위험이 크게 증대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 관련 대출을 보유한 가구의 경우 올해 1분기에 비해 향후 평균대출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고 경기 둔화로 일자리와 소득이 감소해 연간 소득이 5%포인트 줄어들면 채무상환부담(DSR·소득 대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작년 말 대비 10.4%포인트 뛰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돈을 빌린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이 상승하면서 소비를 크게 제약하고 대출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 이후 분출할 것으로 예상됐던 소비 회복세가 갑자기 꺾이면서 민간 소비지출이 하강하는 국면에 빠져들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약 550만명에 이르는 자영업자 대출(지난 3월말 잔액 960조7천억원, 2019년말 대비 40.3% 증가)의 상환 위험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에다 코로나 금융지원(만기연장, 원리금상환유예)이 종료되고 손실보전금 지급 효과도 소멸될 2023년에 소득 하위 30% 자영업 가구의 디에스아르는 올해 34.5%에서 내년 48.1%로 증가하고, 소득 중위가구(40~70%)에서도 이 비율이 38.6%에서 47.8%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채무를 갚기 어려워지는 자영업 가구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취약차주가 보유한 ‘자영업자 대출’은 88조8천억원(지난 3월말)으로 코로나 직전에 비해 30.6% 증가했다”며 “여신전문회사와 저축은행 업권에서부터 자영업자발 대출 부실과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대출 부문에서도 코로나 금융지원 정책효과 등에 가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 신용손실이 정책효과가 소멸되면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기간(2020~2021년)에 시행됐던 각종 금융지원 효과가 사라질 경우 국내은행의 기업대출에서 발생할 잠재 신용손실 중 예상손실액(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손실)은 코로나 기간 평균에 비해 1.6배, 예상외손실액(예상손실을 뛰어넘는 손실)은 1.3배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환율 충격은 보험회사에 집중되고 있다. 보험사는 해외 장기채권투자의 환위험 헤지를 주로 만기가 짧은 1~2년짜리 단기로 하고 있어 외환시장 불안시 환헤지 비용이 상승하고 만기연장을 위한 이자비용 부담(차환리스크)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욱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이날 “국내은행은 향후 잠재 신용손실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 적립을 확대하는 등 손실흡수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대내외 리스크 심화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기관의 복원력을 제고하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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